CTA 버튼 문구도 다 생각이 있다
[Cover] Jasper, the Drummin’ Boy pl4 (1947), Margaret Taylor Burroughs (American, 1915-2010)
나 자랑 좀 할게
[자랑하기] 버튼이 그려진 화면설계서를 모니터 화면에 크게 띄워놓고 여러 생각에 잠겼다.
별로 맘에 안 드는데...이 상황에 '자랑하기'가 최선일까?
굳이 자랑하고 싶을까?
내가 T스러운걸까?
다른 문구로 제안해도 될까?
[공유하기]는 이제 너무 진부해졌나?
이미 다른 곳에서도 '자랑하기'라고 쓰는 데 다 이유가 있겠지?
나에게 자랑하기란 일상어가 아니다. 어색했다. 그렇다고 내 취향대로 쓸 수만은 없는 법. 주변에 있는 UX라이터들에게도 물어봤다. "전 가끔 자랑해요ㅋㅋㅋㅋ", "오옹, 재밌는데요?" 역시 저마다 보는 시각이 달랐다. 사실 그냥 넘겨도 아~무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하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자신의 성취와 일상 공유
사람들은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는 순간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일종의 '자기 표현'인 셈이다.
자기 표현 이론(Self-Presentation Theory)
사람들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싶어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는 경향이 있다.
둘, 긍정적인 피드백과 인정 욕구
사람들은 자신이 잘한 일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긍정적 정서의 공유(Sharing Positive Emotions)
사람들은 긍정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이러한 공유는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셋, 게이미피케이션 요소
[자랑하기]는 사용자가 자신의 성취를 타인에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느낄 수 있는 게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보너스, 동기부여
사람은 자신이 이룬 일을 자랑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를 얻는다.
[자랑하기]는 암묵적으로 '좋아요'를 받고 싶은 심리를 파고드는 기술적 테크닉이다. 어찌보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놓고 수동적으로 타인의 '좋아요'를 기대하는 것에 비하면 '자랑하기'는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마케팅 카피로서는 [공유하기]보다 더 바이럴 효과가 클 수도 있겠다.
(0625 내용 추가 +) 애정하는 듀오링고에서는 [공유하기]로 [자랑하기]를 대신한다. 최근에 친구를 맺은 한 유저가 나에게 '박수' 리액션을 보냈길래 앱에 들어가 봤더니 알게 된 사실이다. 뜬금없이 누군가 나의 열심을 칭찬한다. 스스로 자랑해서 받은 칭찬이 아니라, 누군가 먼저 알고 박수를 보내주니 괜스레 기분이 좋다. 작은 성취감이랄까. :-) "나 하루에 10개 넘는 레슨을 완료했어요!"라고 먼저 자랑한 것도 아닌데, 누군가 알아봐 주니 참 좋다. 이런 기분이구나.
사용자의 주관적 평가나 감정이 작용하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랑하기]를 쓰기 전에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을 거라 생각한다. '자랑하기'란 말 하나에 저런 배경이 담겨있다는 걸 누군가는 또 알아채서 다행(?)이랄까. 어쨌든 실제로 [자랑하기]라고 써서 유입률이 올랐다면, 그 결과가 어떤지 데이터가 궁금하다.
UX디자인에도 심리학 원칙을 적용하듯 UX라이팅을 할 때도 심리학적/인문학적 고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략적 라이팅 차원에서 사용성과 사용자 경험이 글에서 드러나기 위한 노력이랄까. [자랑하기]를 쓴 이유를 찾다가 여기까지 생각이 머문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자랑하기]가 어색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