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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애 Aug 15. 2023

춤을 추고 싶을 때는, 그깟 나이 무슨 상관이에요

춤추러 간 유럽


미국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추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유럽에서는 나이 많은 분은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어려 보이는 사람이나 아이들을 더 쉽게 볼 수 있었다. 해외 이벤트에 가면 걸음마도 떼지 않은 아이들도 한 번씩 볼 수 있는데, 춤추는 부모님이 아이를 어디 맡길 수 없어 데려온 것이다. 이들 중에는 춤을 출 수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춤이 뭔지는 몰라도 그냥 흥이 나서 막춤을 추며 즐기는 아이들도 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신이 난 아이가 대회 중간에 갑자기 난입한 사건도 있었다. 한창 대회가 진행되던 중 구석에서 구경하며 춤추던 아이가 있었고, 주변의 어른들은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춤추던 사람들은 춤을 멈출 순 없으니 혹시나 아이가 돌발행동을 해서 부딪히진 않을까 걱정되어 힐끔거리며 조심할 뿐이었다. 


그러다 돌연 아이가 무대 한복판을 가로질러 달려갔고, 아이의 아빠는 차마 대회를 방해할 수 없어 제자리에서 아이에게 제발 돌아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이는 돌아오는 듯 달려오더니 다시 반대로 뛰며 온 무대를 휘저었다. 관객은 물론, 대회 중 춤추던 사람들과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과 심사위원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아이에게 집중되었다. 결국 대회 음악 한 곡이 끝날 즈음 진행자가 아이를 뒤쫓아 겨우 무대 밖으로 데려갈 수 있었다. 그 어떤 댄서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던 아이였다. 


관객들은 어떻게 어린아이가 혼자 무대를 뛰어올 수 있냐며 그 부모를 비난하지 않았다. 관객들이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은 아주 조금의 걱정, 그리고 호기심과 감탄이 담겨있었다. 무대가 마무리된 다음 진행자의 말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대회를 진행한 3.5 커플에게 박수를 주세요. 아니, 3.5 커플이 아니라 6명과 절반의 댄서에게 박수를!”


아이를 따라 무대를 뛰어다니느라 고생했음에도 진행자는 아이나 부모를 탓하지 않았고, 아이를 댄서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 아이가 춤을 춘 게 아니라 뛰어다녔음에도 말이다. 그제야 다른 관객들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춤추는 걸 권장하며 장려하는 만큼 어린 댄서들에게도 관대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 춤을 시작하는 아이들도 많고 아이들만 참여할 수 있는 주니어(Junior) 대회도 있다. 아이들끼리 안무를 외워 준비하는 주니어 루틴(Junior Routine)이나 영 어덜트 루틴(Young Adult Routine)도 있다. 혹은 프로인 부모님의 손을 잡고 프로암(Pro-Am) 루틴을 선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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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Junior) : 17살 혹은 그 이하여야 참가할 수 있다. 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참가 인원이 필요해서 흔치 않지만 큰 규모의 미국이나 유럽 이벤트에서는 한번씩 열리는 걸 볼 수 있다. 

영어덜트(Young Adult)는 18-23살의 나이 제한이 있다. 랜덤한 파트너와 추는 잭앤질(Jack & Jill)방식은 없고 안무를 외워서 하는 루틴에만 있는 나이제한이다. 

프로암(Pro-Am) : 프로(Pro)와 아마추어(Am)가 파트너로 참가하는 대회. 아마추어는 일반적으로 Intermediate 레벨 이하를 의미한다. 루틴은 함께 안무를 외워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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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대회는 어른들이 추는 것보다는 어설프지만, 서투른 동작 하나에도 관객들은 환호를 보낸다. 보는 것만으로도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이유도 있지만, 아이들은 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어설픈 춤이라도 모두가 이해하는 것이다.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건 당연하지만 처음 시작한 사람의 시도는 당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춤을 시작한 사람들이 첫 공연을 할 때도 사람들은 큰 환호를 보낸다. 1~2년 배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함께 추기를 응원하는 마음도 있다. 또 각자의 처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모든 게 새롭고 풋풋하던 때니까 실수해도 그럴 수 있다고 관대하게 바라본다. 실수했을 때 자신을 탓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모두 공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프로 댄서들도 실수한다. 그저 실수하지 않은 척, 훌훌 털어버리거나 다른 동작으로 바꿔서 티가 덜 나는 것뿐이다. 


춤은 그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음악에 맞춰서 움직일 수도 있지만 추고 싶은 대로 출 수도 있다. 무대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도 댄서이고, 실수를 저질렀다고 춤이 아닌 것도 아니다. 그저 춤을 추고 싶다면 춤을 추면 된다. 그러면 댄서다. 춤을 추기에 적당한 나이도 없다. 걸을 수 있다면, 몸을 가눌 수 있다면 춤을 출 수 있다. 그러니 춤을 못 춘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면 된다. 




Budafest 2023 - Strictly Novice/Intermediate Finals 아이의 난입-13분 정도


어린 댄서

french open west coast swing - Billie massart & tommy daquin


아빠와 함께 나와 멋진 춤을 보여준 Lily Auclair & Matt Auclair (2013년)
꼬꼬마였을 때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lily auclair는 무럭무럭 자라서 얼마 전에 공연을 했다.(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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