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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애 Aug 15. 2023

춤의 기본은 내 중심을 지키는 것

춤추러 간 유럽


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그저 춤이 재밌을 뿐 더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초반에 배우는 기본 동작들을 다 배우고, 춤추는데 여유가 생기니 내가 어떻게 춤을 추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내 영상을 찍고 결과물을 보는데 나는 어딘가 엉거주춤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자세로 춤을 추고 있었다. 도저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춤을 추면서 상상한 내 모습은 챔피언 못지않았는데 영상으로 보니 오징어가 따로 없었다. 나름대로 춤을 추고는 있지만 급해 보이는 동작들과 도무지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 그리고 예쁘지 않은 자세들이 눈에 들어왔다. 




춤을 예쁘게 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화려한 패턴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중심을 지킨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춤추는 태가 예쁘지 않은 건 바른 자세를 유지할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없는 근육으로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고 추려니 예쁘지 않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길 가다 돌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을 때 몸을 허우적대서라도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빠르고 화려하게 스텝을 잘 밟아도 휘청거리면서 추면 볼품없다. 

몸의 중심은 잡아둔 상태에서 팔다리를 움직여야 아름답다. 


춤을 출 때 기본은 내 중심을 잡는 것이다. 

혼자 출 때는 스스로 중심을 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파트너와 출 때는 상대방의 영향을 받아 중심이 흐트러지기 쉽다. 춤을 추면서 움직일 때나, 상대방과 손을 잡고 당기거나 밀 때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파트너와 함께 추면서 중심을 잡으려면 나를 지키는 힘, 나를 지키는 근육이 있어야 한다. 파트너가 예상하지 못한 동작을 할 때, 내 몸에 근육이 없으면 상대 쪽으로 끌려가거나 당황하며 내 중심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심을 힘으로 잡는 방법도 있지만 힘이 부족하다면 기술을 이용할 수도 있다. 

춤을 출 때 중심을 잡는 축인 발을 제 위치에 놓으면 내 중심을 잡기 쉽다. 

춤을 출 때 과하게 이동하면, 축이 중심과 먼 곳에 있게 되니 작은 힘에도 쉽게 중심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춤을 출 때, 발이 먼저 나가는 게 아니라 몸이 가고 나서 발이 따라가라고 말하는데 이게 몸 중심의 바로 아래에 축을 위치시키는 방법이다. 

자신의 중심을 잡고 다른 사람의 영향을 덜 받는 것. 춤의 기본이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러시아에서 본 댄서들은 힘보다는 기술을 자연스레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추던 나와는 다르게 리더, 팔로워 할 것 없이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한 마리 우아한 백조가 연상되는 몸짓이었다.


러시아의 팔로워들은 리더들이 당긴다고 무작정 따라가지 않았다. 

노비스(Novice, 초급) 레벨에서도 리더가 당긴다고 바로 가지 않고 자기의 박자를 지킨다. 

바로 따라가지 않는다고 해서 제자리에서 힘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몸의 일부분은 따라가는 듯 움직이지만 가장 중요한 몸의 중심은 제 박자에 이동한다. 파트너와 별개로 자신의 중심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곳의 리더들은 팔과 손에 크게 힘을 주지 않는데도 어떻게 추라고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상대방이 힘을 덜 주고 춤을 추니 나도 자연스레 힘이 빠졌다. 

서로 힘을 빼고 움직이니 무리하게 힘을 쓰다 다칠 위험도 줄고 내가 움직이고 싶은 박자에 맞추기가 훨씬 수월했다. 


계속해서 힘을 빼고 춤을 추다 보니 나중에는 힘을 쓰는 리더와 출 때도 힘을 뺄 수 있었다. 

힘만 뺐을 뿐인데 이전과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중심을 잡기도 쉬웠다. 내 몸으로 직접 느끼고 났더니 유럽의 팔로워들이 부드럽게 춤을 추는 모습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대체 어떻게 저렇게 부드럽게 춤을 출 수 있나 신기할 뿐이었는데 이젠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춤을 추기 위해서는 힘을 줘야 할 때와 빼야 할 때를 가려야 한다. 

‘적절하게’, ‘적당히’라는 말은 중요하지만, 항상 어렵다. 

춤을 출 때 힘을 주고 힘을 빼는 것도 적당한 것이 가장 어렵다.

어느 정도가 나에게 적당한지, 다른 사람에게도 적당한지는 계속 추면서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몸으로 겪어보는 게 더 빠르다. 


다른 사람이 한다고 다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춤을 추려면 나의 기준과 중심을 먼저 알고 지켜야 한다. 

내 중심은 여기에 있는데 파트너의 중심이 다른 곳에 있다고 무작정 따라가면 안 된다. 

운전할 때 앞에 신호가 바뀌는데 앞차가 간다고 무작정 따라가면 안 되는 것과 같다. 

나는 나의 신호를 보고, 운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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