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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애 Aug 13. 2023

모두가 함께하는 춤

춤추러 간 미국


대부분의 대회에서는 모두가 함께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하나씩 준비한다. 

대회가 열리는 지역에 따라 올 아메리칸, 올 코리안, 올 유러피안 등의 이름으로 열리지만, 본질은 하나다.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회라는 것. 

대부분은 잭앤질(Jack & Jill) 방식이기에 나와 추게 될 파트너는 당연히 누가 될지 모르고 음악도 모른다.


댄스 레벨도 관계없이 모두가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나와 출 사람이 아주 잘 추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이제 춤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일 수도 있다.

복권을 긁는 것 같은 대회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잘 추는 사람들은 이 대회에 참가해도 얻는 이득이 크지 않지만, 이벤트에 무료로 참가하는 대신 전체 대회에는 강제로 참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덕분에 잘 추는 사람들과 춤출 기회를 노리고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도 많다.




모두가 함께 출 수 있는 시간으로 소셜 시간이 늦게까지 있지만 대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조명의 밝기가 낮과 밤 수준으로 다르다는 것부터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대회에서는 누구를 만나도 춤을 거절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상금이나 트로피가 걸려있고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니 긴장하게 되는 것도 차이점이다. 

소셜 시간에는 나오지 않고 대회만 나오거나, 반대로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지만 밤새 춤추는 사람도 있다. 


소셜 시간에 쉬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춤을 춘다면 댄서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더 적기도 한데, 

대회에서는 만나는 파트너와 서로 인사를 주고받을 시간이 있다. 

대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나는 소셜 시간에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 정도로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대회 시작 전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반가웠다. 




올아메리칸 잭앤질은 상금이나 트로피는 주지만 공식적으로 점수를 기록하지 않는다. 

공식적인 규칙도 없어서 대회의 규칙은 이벤트를 주최하는 곳마다 다르다. 

보통 예선에서는 한 곡마다 파트너가 바뀌고, 본선에서는 한번 만난 파트너를 바꾸지 않고 끝까지 함께한다.


 하지만 내가 참가한 스윙 시티 시카고(Swing City Chicago, SCC)의 올 아메리칸 잭앤질은 일반적인 규칙과 달랐다. 예선에서도 파트너가 바뀌지 않고 처음 만난 파트너와 예선과 본선 모두를 치렀다.


이 룰은 대기실에서 알게 되었다. 

주최 측에서 파트너가 될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을 세웠다. 

내가 만난 파트너는 체격이 좋은 흑인 할아버지였는데, 밤새 소셜 시간에 춤을 췄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이었다. 낮에 열리는 대회에 모두 참가하는 것과는 다르게 늦은 저녁에는 얼굴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이름과 국적을 묻고, 할아버지는 춤도 추기 전에 잘 추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대회에서는 다들 올스타(All-Star) 이상의 레벨인 사람과 만나기를 원하는데 할아버지는 어드(Advanced) 레벨로 올스타보다 한 레벨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와 춘 춤은 재미있었다. 

나는 노비스(Novice, 초급) 레벨이라서 비교군이 훨씬 낮았다. 

할아버지는 박자를 맞추는 건 기본이고 음악도 잘 들었다. 

그저 할아버지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동작이 있을 때는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나에게 여유를 주었다. 빠른 음악에는 신나는 춤을 추고 느린 음악에도 안정적으로 우아한 춤을 추도록 만들어 줬다. 

비록 예선을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둘 다 최선을 다해 만족스럽게 춤을 췄다. 

소셜 댄스 때 만나기 어려운 사람을 대회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한 아이템을 얻은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함께 참가하는 대회에서 잘 추는 사람을 만나 우승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낮은 레벨이라도 우승한다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승할 기회를 얻기 위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회를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보는 것도 괜찮다. 

소셜 시간에 추는 것과 대회에서 추는 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다. 

참가 조건 없이 다 같이 대회를 치른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떨어져도 부담 없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어떤 사람과 춤을 추게 될지 모르지만, 부담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즐긴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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