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밤
작년 하반기는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전체 커리어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PM으로 입사해 PO 밑에서 제품을 개발했다면, 9월부터 해당 PO가 신사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이 팀의 PO를 맡게 되었다. 입사 후 조금씩 상승하던 매출액은 PO로 전환한 시기와 맞물려 하락하기 시작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했으나 요지부동이었고 유저 유입까지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월간회의에서 다른 팀이 성과를 자축하는 동안 나는 마이너스 성적표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다. 세상이 내게 '넌 PO를 맡을 자격이 없어'라고 비난하는 것만 같았다. 한 번은 대표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퇴사하겠습니다'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충동적으로 일을 때려치울 뻔했다. 그제야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에겐 특이한 힘이 있다. 힘든 순간엔 좌절하고 한바탕 눈물을 쏟더라도, 이내 눈물을 닦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며 냉정하게 상황을 돌아본다. 그 힘은 아마도 과거의 하지 않았던 선택을 후회함에서 비롯됐으리라.
사회초년생 때 나는 자주 대학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 시절엔 겁나서, 돈이 없어서란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 많았다. 그것은 마음 한 구석의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포기하는 순간 그 일은 또 다른 미완성으로 남게 된다. 생의 마지막, 인생을 돌아봤을 때 그날을 얼마나 후회하고 있을지 상상하면 미래의 나에게 부채를 느낀다.
나는 주변에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다. 트레바리에서 커리어 대한 고민을 나누었고 PM 멘토링을 신청해 조언을 구했다. 사람은 혼자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좌절한다. 그러나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면 의외의 해답이 나오는 일이 많다. 혼자서 어렵다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만 꺼내두고 나머진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지금은 언제 좌절했나 싶을 만큼 활력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 경험은 언젠가 마주칠 좌절의 순간에 지탱해 줄 힘이 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