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밤
"오랜만에 목소리 듣고 싶다. 나중에 전화해도 돼?"
대학친구인 S의 메시지였다. S는 대학 동기였던 P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듣고 주말에 P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주말이 지난 다음날 그는 연락이 왔다. 나는 그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을지 짐작했다.
나는 전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면이었다면 표정과 몸짓으로 침묵을 메꾸겠지만, 소리로만 전하는 메신저는 말과 말 사이에 공백이 부담스럽다. 평소라면 카톡으로 전했을 S다. 그런 그가 1년 만에 전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라면 기꺼이 응하리라. "응, 좋아" 나는 메시지를 남겼다.
저녁식사를 막 끝날 즈음 전화가 울렸다. 우리는 식사는 했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둘 다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았지만 꺼내면 안 될 무언가인 것처럼 곁가지를 맴돌기만 할 뿐이었다. S는 우리 또래의 사람이 생을 지난 일을 얘기했다. S의 결혼식에 참여했던 대학 동기가 어느 날 연락이 끊겼다. 그가 걱정되어 수소문을 해보니 결혼식을 참석하고 며칠 뒤에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은 강의실에서 스쳐 지나간 사이였을 그의 소식을 들으니 허무함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 명의 죽음을 가까이하고 있다. "너는 못 왔으니까 궁금할 거 같아서. 안 궁금한 거 같으니까 말 안 할래."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벼운 흥미 삼아 듣기엔 그의 이야기는 너무 무거웠다. 우리는 삶에 대해 얘기했다. "너는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P는 대학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하더라." 예전이라면 대학시절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지금이 좋아. 대학생일 땐 오히려 오지 않는 미래를 겁내고 불안했던 것 같아. 이젠 내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편해졌어. S는 자신도 그렇다며 답했다.
그날 그와의 대화에서 나는 살아간다는 것을 새겨봤다. 문득 삶을 포기하고 싶다가도 죽음을 떠올리면 아직 이루지 못한 일들이 아까워 다시금 살게 만든다. 당신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