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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그날의 모습은

스물다섯번째 밤

by 꽃비내린

앞으로 10년 뒤면 만으로 마흔 살이 넘는다. 마흔 살의 나는 현재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직장인으로서 삶보다 개인 브랜딩의 삶에 가까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일보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걸 꿈꾼다.


메인 잡으론 1인 개발자가 되어 제품을 만든다. 무형이든 유형이든 상관없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전 세계 어디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값어치를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분들과 종종 이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하며 어떤 기능들을 출시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꾸준히 글 쓰는 습관을 살려 간간히 뉴스레터로 소식을 전한다. 뉴스레터로 강연 초청을 받아서 취준생을 위한 강연을 준비한다. 이번 강연의 제목은 '나만의 브랜딩 만들기'이다. 강연을 들을 친구들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강의 자료를 꼼꼼히 준비한다.

좋은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카페를 열었다. 여러 카페를 다니면서 나만의 공간 철학이 생겼다. 오래 머물러도 편안한 공간으로 구성할 것이다. 한가운데 긴 탁자를 중심으로 가죽 재질의 푹신한 소파를 둘러싼다. 창가 자리엔 2인석이 준비되어 있고 카운터에는 바 테이블을 두어 1인이 와도 뻘쭘하지 않게 배려한다. 중간중간에 줄기가 긴 식물들을 배치해 싱그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커피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책의 작품명에 영감을 받았다. 알바생을 채용해 주중에는 대신 맡기고 주말에만 나와 업무를 겸하며 커피를 내린다.

10년간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 경기도 근처에 내 집을 마련할 것이다. 그동안 원룸만 전전하느라 제대로 된 인테리어를 꾸미지 못한 한을 풀으리라. 작은 방에 서재 겸 작업실을 만들어 글을 쓰고 제품을 개선한다. 책상 옆엔 낮은 스툴을 두고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언제든 앉을 수 있게 한다. 오른편에는 큰 창이 있고 산의 우거진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일을 하는 중간에 갑갑해지면 창문을 열고 새 울음소리와 바람에 간간히 흔들리는 나무의 속삭임을 듣는다. 밤새 비가 오고 난 후라 풀냄새가 시큰하게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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