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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Dec 15. 2024

아마추어 만화가 등단 방식의 진화

일본의 아마추어 만화 작가들이 프로로 데뷔하는 방식은 시대적 변화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출판사가 주최하는 신인상 공모전이나 '지참(持ち込み)'이라 불리는 직접적인 원고 제출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예컨대, 《나루토》의 작가 키시모토 마사시는 지참을 통해 데뷔했으며, 처음에는 거절당했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연재 기회를 얻어냈습니다. 마찬가지로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도 이 방식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경로는 진입 장벽이 높았던 만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작품의 품질을 보장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훨씬 더 다양한 데뷔 경로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라인 망가, 픽코마, 메챠코믹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신인 작가들에게 창작과 독자 소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라인 망가는 2023년 12월 '인디즈(indies)' 플랫폼을 선보여, 누구나 손쉽게 작품을 공개하고 독자 피드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픽코마는 '국내 오리지널 웹툰 공모전'을 통해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며, 메챠코믹은 '메챠코믹 크리에이터즈'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작품을 투고하고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선배는 남자아이》와 《니토와 타즈카의 일상》 같은 히트작을 탄생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AI 기술의 발전은 아마추어 만화 작가들의 생태계를 더욱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AI 기반 창작 지원 도구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일본 만화 시장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만화를 제작한 작가 중 46.8%가 세로 읽기 형식의 웹툰을 제작했으며, 기존 가로 읽기 만화를 제작했던 작가 중 58.9%는 향후 웹툰 제작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일본의 전통적인 만화 형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AI 번역 기술의 발전으로 언어 장벽이 낮아지면서 일본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 시장으로 더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본에서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프로 작가로 데뷔하는 가장 전통적이고 권위 있는 방법은 대형 출판사가 주최하는 신인상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슈에이샤, 고단샤, 쇼가쿠칸, 카도카와 등 주요 출판사들은 매년 다양한 신인상 공모전을 개최하며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슈에이샤의 'JUMP 신세계 만화상'은 《원피스》와 《나루토》 같은 세계적인 히트작의 작가들을 배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단샤의 '주간 소년 매거진 신인 만화 대상' 또한 《진격의 거인》의 작가를 발굴하며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공모전들은 대부분 연 1~2회 개최되며, 대상 수상작은 잡지 연재나 단행본 출간이 확정되는 경우가 많아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여겨집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공모전으로는 '데즈카상'이 있습니다. 1971년에 시작된 이 상은 만화의 신(神)이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업적을 기리며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슈에이샤의 《소년 점프》가 제정한 신인 만화상입니다. 제100회를 맞은 2020년에는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한국어로 된 작품도 응모할 수 있는 해외 특별 부문이 신설되었습니다. 이 공모전의 입선자에게는 200만 엔의 상금과 《주간 소년 점프》 게재 기회가 주어지며, 도쿄에서 열리는 수상 파티에 초대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카도카와도 2024년 'TATESC COMICS 글로벌 웹툰 공모전'에서 한국어 부문을 신설하여 한국 작가들에게 1,000만 원의 상금과 한일 동시 데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소녀 만화 잡지들은 신인상을 '만화 스쿨' 형식으로 운영하며 응모작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상을 수여하는 것을 넘어, 아마추어 작가들의 성장을 돕는 교육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쇼가쿠칸의 '나카요시 신인 만화상'은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응모자에게 편집부의 코멘트를 제공하여 작가로서의 성장을 지원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일본 만화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새로운 인재 발굴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프로 데뷔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 주요 출판사가 주최하는 신인상 공모전은 여전히 아마추어 작가들이 프로 작가로 성장하는 핵심적인 데뷔 경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Plinivs’ wins top prize at 28th Tezuka Osamu manga awards (2024)




일본 만화 업계에서 '지참(持ち込み)'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프로 데뷔를 위해 활용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 방식은 작가가 직접 만화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방문하여 편집자와 대면하는 것을 뜻합니다. 슈에이샤, 고단샤, 쇼가쿠칸, 카도카와 등 주요 출판사들은 정기적으로 지참 일정을 지정해 신인 작가들의 원고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슈에이샤의 주간 소년 점프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고단샤의 주간 소년 매거진은 매주 수요일에 지참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방문을 통해 작가들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연재 결정이 그 자리에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지참의 가장 큰 장점은 편집자와 직접 대면하여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루토》의 작가 키시모토 마사시도 지참을 통해 데뷔한 사례로 유명합니다. 그는 처음에는 거절당했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연재 기회를 얻었습니다. 쇼가쿠칸에서는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가, 카도카와에서는 라이트노벨 《빙과》의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가 지참을 통해 데뷔했습니다. 지참은 단순히 원고를 제출하는 것을 넘어 작가의 열정과 의지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참은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많은 작가들이 몰리기 때문에 긴 대기 시간이 필요하며, 하루 종일 기다려도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또한, 편집자의 즉각적인 반응에 대한 준비도 필요합니다.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이치로는 처음 지참했을 때 "재능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이를 극복해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어냈습니다. 지참은 도전과 인내를 요구하는 높은 벽이지만, 직접적인 피드백과 데뷔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경로로 여전히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디지털 만화 플랫폼들도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새로운 데뷔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라인 망가의 '인디즈(indies)' 플랫폼이 있습니다. 2023년 12월에 출시된 이 플랫폼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발표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합니다. 특히 '라인 망가 인디즈 보상금 지급 프로그램'은 월간 독자 수와 즐겨찾기 등록 수에 따라 최대 월 20만 엔의 보상금을 지급하며, '트라이얼 연재' 제도를 통해 3~12주 동안 원고료를 받으며 연재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목표 독자 수와 매출에 도달하면 정식 연재로 전환되는 이 제도는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으며, 《신혈의 구세주》와 같은 히트작을 탄생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픽코마와 메챠코믹 역시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픽코마는 '국내 오리지널 웹툰 공모전'을 통해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며, 연간 4회 각기 다른 테마로 작품을 모집합니다. 1차와 2차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하며, 수상작은 픽코마에서 연재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메챠코믹의 경우 '메챠코믹 크리에이터즈'라는 만화 투고 플랫폼을 운영하며, 누구나 PC, 스마트폰, 태블릿을 통해 작품을 투고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독자나 편집부로부터 반응과 코멘트, 강평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고 작품에 광고를 설정하여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100% 작가에게 환원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만화박스 인디즈와 DAYS NEO(데이즈 네오) 또한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독특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만화박스 인디즈는 사전 심사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작품을 투고할 수 있으며, 1,000만 명 이상의 독자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특히 '응원 선독 기능'을 통해 독자들이 공개일 이전에 작품을 읽기 위해 소비한 코인의 일부를 작가에게 환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작가들에게 직접적인 보상을 제공합니다. DAYS NEO는 고단샤의 편집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48개 잡지의 450명의 편집자가 작품을 검토하고 관심 있는 작품에는 담당 희망을 보내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프로 데뷔로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통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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