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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Dec 15. 2024

세로 스크롤 만화의 진화

일본 만화계는 세로 스크롤 만화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며 만화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대형 출판사들은 이 새로운 형식을 적극 수용해 다양한 작품을 세로 스크롤 형식으로 재탄생시키고 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과 앱이 등장하면서 독자층 확대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만화계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본에서는 웹툰을 주로 스마툰(スマトゥーン)이라고 부릅니다. 이 용어는 스마트폰과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로 스크롤 만화를 의미합니다. 스마툰이라는 명칭은 한국의 웹툰 플랫폼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독자들에게 친숙한 스마트폰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새로운 만화 형식에 대한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특히, 세로 스크롤 방식과 컬러 일러스트레이션을 강조하며 일본의 전통적인 만화 형식과 차별화된 디지털 만화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3년, 슈에이샤는 '점프툰'이라는 세로 스크롤 만화 앱을 출시하며 이 흐름에 합류하였습니다. 이 앱에서는 후루다테 하루이치의 《하이큐!!》, 마스다 코스케의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KUROSAWA R의 《금붕어 아내》 등 인기 작품들의 세로 컬러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아네코 유사기의 최신작 《방패 용사 성공담》도 이 앱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슈에이샤는 이를 통해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며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만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고단샤도 세로 스크롤 만화 시장에 적극 참여하며 독자층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2023년, 고단샤는 'K망가'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출시하였습니다. 이 플랫폼에서는 《진격의 거인》, 《도쿄 리벤저스》, 《일곱 개의 대죄》 등 400여 종의 인기 작품을 세로 스크롤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단샤는 2019년부터 자사의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인기 작품들을 세로 스크롤 형식으로 재구성해 왔습니다. 이는 변화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도로로》가 《도로로 리버스(Re:Verse)》라는 제목으로 세로 스크롤 웹툰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원작의 전국시대 배경을 현대로 옮겨와 히야키마루와 소녀 로로가 최후의 요괴 사냥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 데즈카 프로덕션과 한국 테라핀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했으며, 스토리는 웹툰 '달빛 조각사'의 이도경 작가가 맡았습니다. 이 작품은 2023년 12월 일본의 픽코마에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 리메이크 작품은 세로 스크롤 형식을 통해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여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화된 읽기 경험을 제공합니다.


2024년, 카도카와가 주최한 '타테스크 코믹 대상(TATESC COMICS Global Awards)'이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이 대회는 2024년 3월 15일부터 9월 1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작품을 모집하였으며, TATESC COMICS은 2021년에 출범한 KADOKAWA의 웹툰 레이블로, 세로(タテ, 타테)로 스크롤해 읽는 만화를 의미합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어를 포함한 5개 언어로 작품을 접수하였고, 새롭게 한국어도 추가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총 557편의 작품이 응모되었으며, 일본 부문에서는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되었습니다. 대회의 최종 결과 발표와 시상식은 2024년 12월 3일 도쿄에서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이 대회는 세로 스크롤 만화 신예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으며, 카도카와의 36개 편집부가 심사에 참여해 공정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대상 수상작은 선정되지 않았지만, 부문별 금상 수상자에게는 50만 엔의 상금과 연재 데뷔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일본 만화계가 세로 스크롤 만화를 차세대 주요 콘텐츠 형식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출처: https://promo.kadokawa.co.jp/tatesc/en




일본의 주요 출판사들뿐만 아니라 방송사들도 세로 스크롤 만화 시장에 적극 진출하며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습니다. 일본 TV는 2023년 3월에 세로 스크롤 만화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인기 드라마 '3년 A반 - 지금부터 여러분은 인질입니다'를 제작한 후쿠이 유타 프로듀서가 원안을 맡은 《인류 토벌》을 라인 망가에서 공개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알렸습니다. 또한 《금전일 소년의 사건부》의 시나리오를 맡은 가네나리 요조 등이 참여한 배틀 액션 작품도 공개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TV는 실력파 프로듀서들의 탄탄한 각본을 바탕으로 업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TV 방송국의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IP(지적재산권)를 개발하고 드라마나 상품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반다이는 2023년 2월 21일, 자회사인 반다이남코필름웍스와 연계하여 세로 스크롤 만화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4월 1일부로 사내에 편집부를 설치하고 '반다나코믹'이라는 새로운 레이블을 출범시켰습니다. 반다이는 여름 이후 공식 사이트를 공개하고 연말 이후에는 전자 코믹 서비스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배틀 액션이나 어드벤처 등 분야의 오리지널 작품을 중심으로 전개하며, 반다이남코필름웍스가 보유한 구 선라이즈의 IP를 활용한 리부트 작품도 다룰 예정입니다. 반다이는 이를 통해 새로운 IP를 창출하고, 향후 3년간 10억 엔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만화 작가들 사이에서는 세로 스크롤 만화에 대한 반발과 비판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일부 일본 만화가들은 세로 스크롤 만화의 형식이 작품의 깊이와 메시지 전달을 제한한다고 비판합니다. 그들은 세로 스크롤 방식이 빠른 소비를 위한 상업적 콘텐츠 제작에 치중하게 만들어, 복잡한 스토리나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루기 어렵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일본 만화 특유의 복잡한 칸 나누기와 페이지 레이아웃은 세로 스크롤 형식에서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또한, 세로 스크롤 방식에서는 독자가 한 번에 볼 수 있는 정보량이 제한되어 스토리 전개와 분위기 조성에 제약이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로 인해 일본 만화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긴장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형식적 제약이 작품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제한하여 깊이 있는 내용과 메시지 전달을 어렵게 만든다고 보는 것입니다.


일부 일본 만화가들은 세로 스크롤 만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일본 만화의 강점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로 스크롤 형식에 맞는 새로운 연출 기법과 표현 방식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일본 만화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세로 스크롤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만화의 특징인 복잡한 칸 나누기와 페이지 레이아웃을 세로 스크롤에 적용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작가들은 세로 스크롤 만화와 전통적인 책자형 만화를 병행하여 제작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각 형식의 장점을 살리면서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세로 스크롤 만화의 장점인 독자와의 소통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만화 평론가 스콧 맥클라우드는 세로 스크롤 만화를 디지털 만화의 미래로 평가하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0년 출간한 《만화의 미래》에서 '무한 캔버스' 개념을 제시하며, 디지털 환경에서는 페이지의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무한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맥클라우드는 세로 스크롤 방식이 가장 단순하고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구조라고 평가합니다. 또한, 독자가 스크롤을 하는 과정을 잊고 스토리에 몰입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이러한 맥클라우드의 통찰은 일본 만화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세로 스크롤 만화 시도는 단순한 형식의 변화를 넘어 만화 산업 전체의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고단샤, 슈에이샤 등 대형 출판사들의 참여로 더욱 다양한 작품들이 세로 스크롤 형식으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새로운 오리지널 작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만화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의 세로 스크롤 만화가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할지, 그 흥미진진한 여정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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