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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Mar 11. 2023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역대 2위 규모의 은행 파산 사태

미국 내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현지 시간으로 3월 10일에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은행이었던 SVB의 파산으로 다른 은행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 섞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당장 돈줄이 막힌 회사들에게도 위기 상황입니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파산이기에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SVB가 파산에 이르게 된 이유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손실 악화 때문입니다. SVB는 예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안정적 금융 시장에서는 국채가 위험이 없으나, 이자율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중간에서 매각할 경우 손실이 커지게 됩니다. 이에 SVB는 손해를 감수하고 국채를 매각하게 되었고, 금융시장에서는 SVB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대량 예금 인출 사태로 번져 ‘뱅크런’이 일어났습니다. 예금 인출을 빨리 하라는 메시지가 트위터에서 확산되어 ‘트위터 파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미 캘리포니아주정부는 3월 10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습니다.


SVB 영업정지 사태는 역대 2 위급 규모입니다. 이번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라고 합니다. SVB의 2022년 말 총자산은 2,090억 달러(약 276조 5,000억 원), 총예금은 1,754억 달러 (약 232조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서 접수 당시 총자산이 6,390억 달러인 것과 비교해 보면 SVB 자산 규모는 리먼 브라더스의 3분의 1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 이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전방위로 확산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SVB처럼 국채 중심으로 투자하는 은행이 많지 않고,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처하여 은행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더 우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테크 회사나 가상화폐와 거래 관계가 높은 은행들은 안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은행들도 부동산 자산 가격이 꺼지면서 위험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해당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등 고객사입니다.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가 SVB 고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금 25만 달러 (약 3억 3000만 원)까지는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으나,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보험의 대상이 아닙니다. 보험 대상이 아닌 예금 금액은 1,515억 달러 (약 20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여파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다만, SVB의 자산이 예금보다는 많아 최종 손실은 제한적일 수 있겠으나, 예금을 되찾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월급을 매주 또는 월 2회 지급하는 테크 회사들의 특성상 당장 다음 주부터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시리즈 B 이하 소규모 벤처 지분 매각이나 투자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재무구조가 열악한 스타트업의 줄도산 가능성과 해고 행렬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당장 체이스나 시티은행 등 다른 은행에 계좌를 신설하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나 10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그 동안 대규모 혼선이 예상됩니다.


SVB 파산은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은 3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기존에는 0.5% 포인트 인상의 ‘빅스텝’을 예상했었으나, 금번 SVB 파산으로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단행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SVB 파산 사태도 연준이 지난 1년간 미국 기준금리를 급속도로 올렸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줄도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는 현실화되었고, 이제는 어디까지 ‘확산’될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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