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화두가 된 웹툰 업계
플랫폼 간, 스튜디오 간 합종연횡 예상
웹툰 업계가 2022년 들어 급격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계에 이른 중소형 웹툰 스튜디오 간 인수합병과 폐업 소식이 간간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고성장으로 주목받던 웹툰 업계가 경기 침체와 엔데믹 상황에서 한순간에 한계 사업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립니다.
최근 주요 웹툰 사업자들의 2022년 사업 실적이 발표되었습니다. 매출이 위축된 사업자가 대부분인가 하면, 수익성은 확연하게 감소했습니다. 코미코를 운영하는 NHN의 수익성은 5%대에서 2022년 1%대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코미코 매각 소식도 들릴 정도입니다. 리디는 매출이 2021년 1,800억대에서 2022년 2,200억대로 20%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악화되었습니다. 2022년 초 1조 6천억 원을 기록한 기업가치가 절반 가격에도 거래가 안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플랫폼뿐 아니라 주요 웹툰 스튜디오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으로 유명한 디앤씨미디어는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면서 극심한 경영성과 악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학산문화사, KW북스, 다온, 삼양씨앤씨 등 나름 업계에서 큰 규모인 스튜디오의 수익성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수익성이 좋아진 회사는 대원미디어 정도입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유명세를 타면서 슬램덩크 만화책을 출간한 대원미디어의 자회사인 대원씨아이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일랜드’로 유명한 와이랩의 수익성은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적자 상황입니다.
2022년 경기침체와 엔데믹이 확연해지면서 웹툰 업계가 저성장기 또는 시장 감소기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들은 플랫폼이 작가들의 수익을 착취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하는 한편, 저작권에 대한 부당 계약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웹툰 작가들의 장시간 노동 강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이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상당수 웹툰 작가의 문제가 언론에서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무료에서 시작된 웹툰 플랫폼의 사업 모델이 ‘모래 위에 쌓은 성’이라는 데 있습니다. 성인 작품 플랫폼을 제외한 모든 플랫폼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고객 유입을 위해 마케팅을 늘리면 늘릴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작가와 정부는 플랫폼을 작가의 고혈을 빨아먹는 악역으로 치부하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깝습니다. 검증된 바 없는 사업 모델을 향해 많은 사업자들이 앞다투어 경쟁했으나, 시장이 정체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입니다.
작가와 플랫폼 간 대결 구도에서 실리를 취한 사업자들은 웹툰 스튜디오였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직 일정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상황입니다. 시장 내 가장 크다고 알려진 디앤씨미디어의 매출이 600억대 수준입니다. 네이버웹툰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박태준 대표의 더그림엔터테인먼트 2022년 매출도 150억 원대 수준에 불과합니다.
2023년 시장 정체 및 축소가 전망되는 가운데, 몇몇 플랫폼의 매각과 함께, 중소형 스튜디오 간 합종연횡이 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플랫폼에서는 자사 제작 작품들을 축소하고 정리해고할 확률이 높아 보이며, 그럼에도 흑자를 기록 중인 스튜디오들은 실력 있는 PD와 작가들을 흡수하며 세를 넓혀갈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글로벌 시장도 위축되고 있으나, 그나마 성장 중인 일본 시장에서 세를 넓히기 위한 경쟁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웹툰 시장은 코로나 시기에 호황을 맞이하면서 빠른 축배를 터트렸습니다. 정부에서는 성장하는 사업의 일부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통해 플랫폼을 옥죄는 결정을 내렸으나, 문제는 시장이 갑작스럽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현재로서는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플랫폼 간, 스튜디오 간 합종연횡이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진화할지, 아니면 웹툰 시장 자체가 이대로 서서히 정체되면서 쇠락해갈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