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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den Kang Jan 24. 2023

다보스 포럼, '어둠'과 '비운' 사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가만히 있어라!"

2023년 ‘세계 경제 포럼’이 다보스에서 1월 20일에 마무리되었습니다. 3년 만에 대면 회의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라는 주제로 세계 정치, 경제 정상들의 논의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역병,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기후 위기,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세계와의 단절 등 다양한 위기가 초래한 분열을 ‘다중 위기(Polycrisis)’로 명명하며 이를 타개할 다양한 협력 방안을 다루었습니다.


다보스 포럼에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제기되었습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몇 달 전 우려했던 상황보다 경제가 나빠진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중국은 세계를 향해 여전히 열려 있다’며 ‘세계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경제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개방을 지향하며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액화천연가스(LNG) 항만을 신속하게 건설하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발생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경제 전망을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퀀텀 컴퓨터, 5G, ChatGPT와 같은 AI 기술, 메타버스 등의 기술이 미래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낙관론 이면에서는 ‘어둠(Gloom)’과 ‘비운(Doom)’을 감지한 현실적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PwC는 다보스포럼 이전 전 세계 4,410명의 최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CEO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73%가 앞으로 경제가 쇠퇴할 것이라 응답했습니다. 이는 코로나가 성행했던 2020년, 쇠퇴한다고 응답한 53%보다 높은 수치로 지난 10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몇 가지 벌어지고 있는 ‘현실‘들도 낙관론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Source: PwC's 26th Annual Global CEO Survey>


경기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대형은행’의 움직임이 첫 번째 주목해야 할 ‘현실’입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대손충당금을 확대하며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은행의 대손충당금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마련해 놓는 자금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난다는 것은 대금 회수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한다는 의미입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시티·웰스파고 등 4개 은행은 2022년 4분기 약 61.8억 불 (약 8조 원)을 부실대출 충당금으로 쌓았습니다. 이는 전 분기와 비교하면 35% 증가한 수준입니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2022년 4분기 수익은 시장 예측치보다 39% 낮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연초 전체 인원의 6.5%인 3,200명을 해고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은행권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많은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은행권에서 3,000여 명의 희망퇴직이 진행 중입니다.


소비 심리 악화는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현실’입니다.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는 2022년 3분기 실적이 악화되었으나, 회생 가능성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채 구조 조정, 추가 대출, 자산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파산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프록터 앤 갬블(Procter & Gamble)은 2022년 4분기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럼에도 가격을 10% 정도 올렸기에 매출은 기존 대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도 소매판매액지수가 작년 11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고 처리가 안되어 재고가 계속 쌓이는 악순환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는 이제 당면한 ‘현실’입니다. 테크 회사는 가장 먼저 정리해고에 돌입한 산업 중 하나입니다. 아마존은 18,000명을 정리해고 (1월 5일) 하겠다고 밝혔으며, 마이크로소프는 10,000명 (1월 18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12,000명을 해고(1월 20일), 스포티파이는 전체 6%인 600명 (1월 23일)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위터는 엘론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80%를 이미 해고했습니다. 테크 산업의 상징이었던 전면 재택을 중지하고 오피스 복귀를 선언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CNN, NBC 뉴스, MSNBC 등 미디어 회사도 ‘정리해고’의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탈중국'은 맞닥뜨려야 할 또 다른 '현실'적 고민입니다.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았던 애플과 폭스콘이 동남아와 인도로 생산 기지를 옮기려 하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이는 중국 내 애플 아이폰 최대 생산 기지인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일어난 '장저우 공장 사태'의 영향이 컸습니다. 2022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공장 봉쇄를 단행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분노하며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습니다. 미국-중국간 정치적 불안정성이 더해져, 공급 측면에서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예측 가능'한 공급처가 아닙니다. 소비 시장으로서의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 회복에 필수적이지만, 공급 측면에서의 중국은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인 관리 대상국이 되었습니다.


‘어둠’과 ‘비운’이라는 ‘현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내일의 희망이 열릴 것입니다. ‘현실’이 꼭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준은 금리 인상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으며, 넷플릭스의 2022년 4분기 구독자수가 766만 명이 증가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의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했으나, 구독자수가 늘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상승하며, 시장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퍼트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현실’을 직시할 때입니다. 아직은 긍정도 비관도 섣부르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그대로 있어라! (Stay Put)”고 다보스 포럼에서 조언한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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