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정리해고와 에너지 가격 폭등 위기
2023년 4월의 시작은 크레디트 스위스를 품은 UBS의 정리해고 소식이었습니다. 아마존과 월마트, 컨설팅펌 매킨지와 글로벌 로펌인 커클랜드 & 엘리스도 정리해고 소식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최저치를 기록했고,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5월부터 대규모 감산에 돌입하기로 해 인플레이션에 압박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2분기의 시작은 ‘잔인한 봄’으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4일(현지시간) 스위스 현지 언론을 인용하며, UBS가 최대 3만 6천여 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최근 인수한 CS의 직원을 최대 30%가량 해고하면서 스위스에서 1만 1,000여 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최대 3만 6천여 명을 해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지난 6개월 동안 단일 회사로서는 가장 큰 규모입니다.
아마존은 4월 4일 (현지 시간) 아마존 비디오 게임 사업부에서 약 100명의 직원을 정리 해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월마트는 4월 5일 (현지시간) 미국 내 5개 물류센터에서 2,000여 명을 해고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3월 마지막주차부터 전 세계 1,400명의 직원 해고를 시작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2012년 17,000명에서 2018년 28,000명으로, 그리고 2023년에는 47,000명까지 급속하게 직원수를 늘렸던 매킨지는 이번 정리해고를 통해 약 3%의 인원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컨설팅펌인 엑센츄어도 전체 인력 중 2.5%인 19,000명을 정리해고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KPMG는 미국에서 700명을 구조조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4월 초까지 6개월간 전 세계적으로 해고된 인원은 약 53만 8,0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UBS가 가장 많은 인원을 해고하고 있고, 아마존(2만 7,101명), 메타(2만 1,000명), 엑센츄어 (1만 9,000명), 알파벳 (1만 2,240명) 등 빅테크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해고 광풍은 그동안 잠잠했던 애플마저도 정리해고에 나서게 했습니다. 애플은 리테일팀 일부 인력을 조정할 것이라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공격적으로 인력을 늘린 빅테크는 당연하고, 보수적으로 인력을 채용했던 애플마저도 최근 경기 상황은 정리해고를 경영의 최우선 화두로 꺼낼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해고광풍은 빅테크뿐만 아니라 제조업이나 소비자 소매업계에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맥도널드도 최근 감원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맥도널드는 가격 인상으로 매출과 손익 모두 지난 분기 성장했으나, 최근 경기 침체를 감안해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피해 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케아 (1만 명), 필립스 (1만 명), 에릭슨 (8천500명) 뿐 아니라 델도 6천 650여 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경기침체가 본격화되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3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수는 46.3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0년 5월 43.5 이후 34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의 활동 수준으로 50 이상은 경기 확장, 50 미만은 경기 위축을 의미합니다. PMI 지수를 보더라도 이미 시장 내 참여자들은 경기를 침체 국면으로 확신하고 있음이 명확합니다.
여기에 더해 석유 감산으로 에너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면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4월 2일 (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일일 116만 배럴이 감산 계획을 결정했습니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올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도 경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13개월째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3월 20일까지의 누적 무역 적자는 241억 300만 달러(약 31조 7천억 원)로 전년 대비 3배 넘게 늘었다고 합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절반을 3개월도 안되어 넘은 것입니다. 한국의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으로 이는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수출은 44.7% 급감해 7개월 넘게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대중국 수출은 36.2% 줄면서 2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2분기도 여러 악재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점은 단기간에 경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고,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금리 인상 기조도 완화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 국면에서 정리해고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악순환의 고리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2023년 4월이 우리에게는 ‘잔인한 봄’으로 기억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