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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Nov 23. 2023

1년간 요가하기, 버티는 마음 없이

2023년 회고하기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평소 요가에 대해 전혀 모르기도 했고, 요가 강사 하는 친구 덕에 한번 놀러 가서 해본 게 전부였다. 그래도 그 기억이 좋아서였는지 점심에 운동할 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회사 근처에서 오픈 파격 할인하는 곳을 찾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 마케팅도 잘하네) 이번 기회에 해보고 아니면 말지, 뭐.. 요가 어렵겠나? 기구 없는 필라테스 느낌 아닐까?...



1년 다녀본 결과 요가는 전혀 다른 분야다. 요가는 수련한다고 말한다. 처음엔 그런 말조차 거부감이 들었다. 모든 운동이 일종의 수련 아닌가? 암튼 그렇게 심오하게 시작할 생각이 없어서 가볍게 다녔다. 하다 보니 못하는 자세, 앞으로도 못할 것 같은 자세들을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웃음이 났다. 잘하고 싶으니까 심각해졌다. 심각하게 힘을 잔뜩 주면 오히려 몸이 경직되곤 했다.  



요즘은 요가 선생님들의 마법 같은 주문에 제대로 빠져들어버린 것 같다. '할 수 있는 만큼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과하게 힘주지 않아요' 같은 말들. 오늘은 '그냥 한번 해보는 거죠!'라고 또 비슷한 말을 했다. 항상 못하는 나를 마주하면서도 또 요가원으로 향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가기 싫은 날에도 일단 가서 할 수 있는 만큼만 움직이자는 마음으로 향한다. 심지어 요가원에 오늘 안 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오롯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지금은 하고 싶다. 



점심 요가는 하루 중 전환점이다. 오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상관 없어졌다. 그때그때 믿는 구석이 달라지는데 요즘 확실하게 마음 두는 곳은 요가원이다. 아무리 바쁘고 골치 아픈 일이 생겨도 요가원에 다녀오면 달라질 거란 믿음이 생겼다. 따뜻한 창가 근처에서 매트를 깔고 요가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자체가 흐뭇해진다. 



요가원이 1주년을 맞았다. 오늘 수련을 마치고 따뜻한 떡을 받았다. 기념할 일에 아직도 떡 돌리는 분들 너무 정감 가고 좋다. 소중한 일들을 소소하게라도 챙기는 거, 내가 점심에 요가원으로 향하는 일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하루를 아끼는 마음으로 요가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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