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개미, 바퀴벌레
우리 집이 요즘 개미 천국이 됐다. 둘 다 벌레를 많이 무서워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한다. 퇴치에 혈안이 되지도 않는다. 가끔씩 나올 구멍이 어디인지 궁금해하다가 개미약을 넣어보기도 했다. 효과는 없는 것 같다. 다행히 부스러기가 나올만한 과자나 음식을 그대로 식탁에 올려두진 않아서, 득실득실 끓진 않는다. 어쩌다는 아니고 종종 보이는 셈이다.
어느 날 동생이 개미와 바퀴벌레는 동시에 나오지 않는다는 썰을 전해줬다. 그래서인가. 요즘은 바퀴벌레 시체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에서 주기적으로 방역&소독이 나오는데, 그때 뿌린 바퀴벌레약을 먹고 시체들이 종종 출몰해서 놀라게 했다. 죽어 말라비틀어져서 안심하고 버릴 수 있다.
거미들도 만만찮게 보인다. 조금이라도 시선이 덜 머문 구석탱이에 귀엽게 자기 집을 짓는 게 부지런하다. 거미줄에 개미는 매달리지 않을 것 같고, 다른 벌레들이 더 있을까? 3번 보이면 2번은 내버려 둔다. 그러다 거미가 너무 커지면 안 보일 때 집을 부순다. 미안하지만 우리 집도 청소를 해야 하잖니.
나는 이 아파트 전체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운동을 같이 하던 분이 이 아파트 주민이라는 걸 알고 잡답하다가 물어봤는데, 전혀 벌레가 없다고 했다. 오잉? 구축아파트라서 다 그런 거 아니었어?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이
제 이 집에 산지 4년 차. 갑자기 벌레들이 화분에서 태어나는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화분 흙도 아닌 시골집에서 퍼온 화분의 흙. 90% 정답일 것 같다. 급히 몬스테라는 수경식물로 바꾸고, 웬만한 건 베란다로 꺼내놓고, 에프킬라도 흙의 겉면에 뿌려뒀다. 겨울이라 집 안에 있어야 하는 화분 6개는 조치 불가다. 그냥 살자. 벌레들과 함께.
"식탁 위에 텀블러에 있는 물 마셔도 돼?"
"응, 그런데 개미 안 들어갔나 봐 봐"
"없어! 식탁 위에 있네 ㅋㅋ"
남편은 자연스럽게 식탁 위에 먹을 게 있나 일하러 온 개미를 꾹꾹 누른다.
"부처님이 살생하지 말라고 하였거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