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계획- 7개년
카페에서 2024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첫 번째로 결혼 두 번째 집짓기, 세 번째로 배당투자를 키워드로 뽑았다. 나는 결혼, 씀씀이, 도예생활 순.
여기서 집 짓기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 나눴다. 우리는 대략 5년에서 길어지면 7년 뒤에 집을 짓기로 했다. 그 사이 변수는 남편이 근무지가 옮겨질 가능성과 출산이다. 이벤트 두 개가 동시에 생기면 집 짓는 행위는 몇 년 뒤로 물러나겠지만 짓겠다는 꿈은 변함없다.
집짓기 로망은 성인이 되어 고향 집을 떠나 살고부터였다. 원룸을 전전할 때에 더더욱 아파트가 아닌 전원주택을 살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시골 출신인 나는 도시가 답답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이제는 만 15년 도시생활을 채웠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다. 외로움도 그리움도 결혼 이후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집 짓기는 나에게 아득히 먼 먼 미래였다. 안될 가능성이 더 높으니 별생각 없이 모셔둔 신줏단지 같은 꿈. 그걸 남편이 속속들이 살펴보고 예산을 가늠하니 살짝 당황스럽다. 집의 기능과 자재에 관해서도 틈만 나면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내가 진심으로 전원생활을 원하는 게 맞나?
진짜 실현될 수도 있겠네? 여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다. 갑자기 내가 진심으로 전원생활을 원하는 게 맞나? 의문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주택생활로 거주지가 고정되는 게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이것 말고도 갑자기 드는 걱정이 오만 개는 됐다. 남편은 '몇 년 살아보고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이동하자'라고 했다. 맞네. 왜 나는 주택살이면 고정된다고 생각했을까? 그 대신 '아파트보다 상승할리 없는 집값에 대해서 너무 허탈해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우리는 지금도 거주지를 투자의 형태로 보고 있지 않다. 신혼으로 소박한 살림을 차렸지만, 나중에 집을 짓는 꽤 거창한 꿈을 실현해도 마찬가지다. 상승이니 하락이니 상관없는 안전한 세계를 집의 형태로 만들고 싶다. 남편은 집 짓는 꿈이 생겨서 퍽 즐거워하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지을지 말지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