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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Dec 19. 2024

남편의 조만장자 패션

안경과 선글라스를 바꿔쓰는 건 여간 불편한 일. 썬글라스가 필요한 남편은 희한한 렌즈를 샀다. 안경 위에 쓰는 선글라스라고 한다. 검색해보니 패션은 상관없고 편리함에 모든 것이 맞춰진 그야말로 기능성 제품들이 나온다. 이럴거면 변색렌즈가 나을 같은데, 남편은 그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보는 사람은 상대방인데, 처음엔 적응이 안 됐다. 볼 때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다. 렌즈를 올리면 90도로 앞을 향하게 되는데, 너무 공격적인 모습을 띄었다. 가까이 오면 무기가 되는 것 같다. 떨어져서 보면 까만 렌즈가 눈썹 언저리에 붙어있는 모양새가 좋은 말로 짱구지, 사진으로 보면 완벽히 망한 눈썹 문신 같았다.  


어느 날은 이게 그렇게 웃기냐고 물었다. 당연히 웃기지만 그렇다고 사용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의 조만장자 패션에는 꽤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요즘은 옷을 못 입는 사람들을 이렇게 놀리다니. 듣기 좋은 별명 덕분에 남편의 패션도 궁색보다 그럴싸하게 보인다.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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