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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Dec 05. 2024

술 마신 남편 마중 나가기

이중주차가 마중을 막을 순 없었다

껌껌한 저녁 12시 반. 동창회에서 즐기다온 남편을 데릴러 갈 시간이다. 지금은 아파트 주차장이 고요해질 쯔음이다. 모두가 이중주차를 마치고 빽빽해진 지금. 나는 그 사이를 비집고 차를 빼야한다. 엘레베이터를 타기 전에 내 차 앞에 이중주차가 되어 있는지 어플로 확인했다. 


이런..가기 싫어진다. 게다가 버스까지 놓친 남편은 미안했는지 택시 타고 가겠다고 한다. 그 시간에 택시 없는 건 내가 더 잘알지만 굳이 말을 하진 않았다. 안오는 건 아니니까. 다큰 성인인데 뭘. 내가 차 밀고 꾸역 꾸역 나오다가 사고나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냥 자려고 누웠다. 커피를 마셔서인지 잠이 바로 안온다. 유튜브 앱을 켰다. 가족의 사랑을 다룬 감동 모먼트 15초짜리 숏츠였다. 나는 15초만에 눈물이 났다. 너무 감동적이야. 하고 눈물을 닦았다. 침대에서 따뜻하게 남의 가족 사랑이야기에 감동받은 내 신세. 


아이러니하다. 갑자기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사이버에서 사는거고 내 현실을 지금 당장 남편을 데릴러 가야했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현실에 충실해야하는 법.잠옷에 겉옷을 우겨입고 다시 어플로 차 주변을 확인했다. 역시나 빽빽하네. 한숨이 푹푹 나리지만. 일단 나가보자.


내 차 앞에 1대만 있던게 아니었다. 양쪽으로 줄지어 이중 주차된 차를 봤다. 마중이 왜이렇게 험난한거야. 최소한 5대를 밀어야했다. 야밤에 이게 무슨 짓이냐. 날 보고 있는 사람들이 더 무서울 것 같다. 게다가 아침에는 널찍하게 밀곤하는데 지금은 여유가 하나도 없다. 겨우 차 머리가 나올 정도로 일을 마쳤다. 이제 차를 빼는게 관건이다. 차를 바꾼 이후에 센서가 굉장히 예민해졌는데, 연신 삑삑 소리 대는 바람에 더 긴장 된다. 겨우 나왔다.


술냄생 퐁퐁 풍기는 남편을 데리고, 차 안에서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를 빠짐없이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식탁에 앉아 더 듣다가, 침대에서는 잠이 깬 내가 말을 많이 하게 됐다. 눈을 안감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야지. 매일 그렇든 1분도 안되서 잠든 것 같다. 확실히 이 밤은 쇼츠보다 도파민이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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