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생활
결혼을 하고 시댁 직계가족이 처음 다 같이 모이는 날이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가씨가 사는 서울에 다녀왔다. 아무 일 없었지만 왜 이렇게 고단한 건지. 처음 느껴보는 어색한 기분이 점점 고조되다가 나중엔 외로워졌다.
나는 이제 어른이고, 이런 기분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으로 읊조렸다.
결혼을 할 때에는 무관심한 시댁 어른들이 편하고 좋았는데, 이제는 그게 무관심으로 보인다. 내 입장에 따라 어떤 때에는 배려고 어떤 때에는 무관심. 못 돼먹은 며느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별로다.
먼저 결혼한 친구랑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도 처음 만남에 그런 기분이 들어서 '시댁 어른들에게도 예쁨 받고 싶나 보다'하고 말았다고 한다. 얘는 나보다 더 성숙한 것 같다. 나의 외로움 끝에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까? 내가 사랑받기 위해서 뭘 한 것 없었다. 이 어정쩡한 기분이 이상하게 여운이 길다.
살아온 풍경이 다르다는 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런 게 얼마나 다르겠냐 어렴풋이 상상하다가 '이렇게 다를 줄 몰랐지?'하고 세상이 가르쳐주는 것 같다. 당황하지 않으려고 애쓴 나머지 너무 피곤하다. 내 존재 만으로 시댁의 다른 가족들도 편하진 않았을 거다. 모두가 살짝 불편했겠지만 그 안에서 외로운 건 나 혼자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