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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 3일] 머리 무지끈

8월 12일 : 알 수 없는 내 마음, 기쁨이 vs. 소심이 

디톡스 3일 차 : 

머리가 무지끈!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 조심~ 몸도 마음도 조심스럽다

첫날 두통에 비하면 머리가 살짝 무거운 정도로 참을만하고 몸은 의욕이 없다 

몸무게 변화가 거의 없고 살짝 가벼워질랑 말랑?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발목이 '우두둑그리고 '깁스

지난 6월 6일 휴일, 걸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 발목을 심하게 접질렸다. 서대문 안산 둘레길, 내려오는 길, 멀리 앞길만 쳐다보면서 한발 내딛자 '우두둑~' 밖으로 소리가 났던지, 해서 내 귀로 들었는지 정확치 않지만, 모르긴 몰라도 사탕수수 부서지는 소리가 났고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늘이 노랗고 눈물이 핑~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내려와서 벤치에 앉는다. 운동기구를 하나씩 차지하고 계시던 할머님들 두세 분이 우르르 몰려오신다. "쯧쯧 학생 접찔럿네, 어서 한의원 가봐! 접찔린 거 오래가는데... 꼭 가봐" 하시면서 다시 흩어진다. 반바지에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로 무장하고, 연대 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이었던 만큼 학생이라 생각하신 듯하다. 기분이 살짝 야릇했는가 하더니 곧바로 정신 차리니 다리 아파 죽겠다. 뭐지 와중에 이중적인 이 기분? 


한참을 앉아있다 쩔뚝거리며 걸어보았으나 삔 발목에 복숭아뼈가 심하게 부었다. 잠깐 동안인데 부은 부위 주변이 퍼렇게 물들기 시작한다. 보이는 대로 믿으면 뭔 일이 나도 크게 난 게 분명한 느낌이다. 둘레길 끝자락이었으니 다행이다 하면서 질질 끌며 차가 다니는 길목으로 겨우 내려온다. 택시를 불러 몸을 싣는다.   


목동 정형외과 앞인데 문이 꽉 잠겨있다. 아참 오늘이 휴일이네? 병원이 모두 문을 닫았다. 이런 된장! 곧바로 집으로 와서 아쉬운 대로 냉찜질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정형외과로 갈 때쯤에는 퍼런 코끼리 다리쯤 되어있었다. 힘줄과 인대가 심하게 늘어났다고, 그러나 다행히 뼈가 상하지는 않았다 한다. 내 인생 처음으로 깁스를 하고, 큼지막한 플라스틱 신발에 찍찍이를 채우고 나오는데 오늘따라 햇살이 눈부시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마음으로 해를 보며 눈을 살짝 흘겨준다.  


깁스 두 달, 생체리듬이 와장창

깁스를 한 달, 그리고 걷지 말라는 한 달, 본의 아니게 답답한 두 달을 보낸다. 처음 2주는 답답하지만 그런대로 적응해갔다. 3주를 지나 정작 깁스를 푼 두 번째 달 접어들면서 생체리듬이 엉망이 된 느낌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했던 '걷기'를 못하자니 몸이 찌뿌둥해지고, 식사 조절이 어려워지고,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던 걷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꼼짝 마 두 달'을 그렇게 보내고 리듬이 깨지니 여파가 줄을 따라온다. 리추얼로 들어와 있던 리듬들이 하나둘 무너지니 몸과 마음이 움츠러져있다. 리추얼을 다시 다잡아 보기도 하고, 범위를 좁혀서 식이요법만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며칠 좀 되는가 싶다가 다시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덕분에 몸에 3kg 불었고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운 발목이 나의 행동반경을 조여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하는 생각과 뭐가 잘못됐지? 하는 의구심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구해줘 '디톡스'

그러다 우연찮게 디톡스를 만난다. 평소 같으면 귓등으로도 들었을 디톡스, 무너진 나의 리듬을 이제는 잡아야 한다는 필요, 지프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몸을 던져본다. 무엇보다 믿을만한 친구들이 끌어주고, 친구들이 같이한다니 안 할 이유가 한 개도 없다.  


이렇게 나의 디톡스는 시작되었고 오늘로 3일을 보내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내 마음 한쪽에 '모든 게 다 잘될 거야'하는 '기쁨이'가 존재한다면, 다른 한쪽에는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하는 '소심이'가 공존한다. 오늘은 기쁨이 손을 번쩍~ 들어보자 '디톡스, 잘 해낼 수 있어!'

[알 수 없는 내 마음, 기쁨이 vs. 소심이]
[아침 야채, 점심 된장찌개, 저녁 과일]

# 체중

거의 변화 없음 


# 감사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다리, 감사합니다!

뭔가를 시도해볼 수 있는 건강, 감사합니다!

일할 수 있는 회사, 할 수 있는 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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