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하다

by 대한극장옆골목

얼마 전 본 영화 '아웃포스트'.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키팅'이라는 전초 기지(outpost)에서 있었던 캄데쉬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이 기지는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적에게 내부가 훤히 보이는 최악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부대원들은 아군의 지원과 보급조차 어려운 상태에서 기지 철수를 기다리던 중 적군의 총공세를 맞게 된다. 미군 부대원들의 일상과 전투를 정말 리얼하게 그려서 영화를 보는 내내 놀랐다. 코로나19 때문에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고 VOD로 직행한 것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자욱한 모래먼지 속으로 적들은 끊임없이 몰려오고, 알 수 없는 곳에서 총알이 빗발치고, 피와 땀 속에서 전우들이 쓰러져가는 치열한 전투. 영화는 우리를 전장의 한가운데로 데려가고, 우리는 그것이 진짜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리얼-할까? 우리는 그 전투를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그것이 사실적이라고 느끼는 걸까? 그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자극적으로 연출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현실이 너무 참혹해서 덜어냈을 수도 있는데. 어째서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진짜 같다고 느끼는 건지.


그것은 아마도 자연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미군 병사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기지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샤워를 하다가 적의 기습을 받아서 맨몸으로 총을 들고 쏘는 모습이, 가족을 그리워하는 전우를 토닥이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기지에서 수년의 시간을 보내고, 수없이 전투를 하며 총을 쏴본 것처럼. 그 행동을 너무 많이 반복해서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일 때. 우리는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리얼하다고 느낀다.


나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건 무엇일까. 하루하루 숨 쉬듯 해내는 일이 무엇일까. 글쓰기도 그럴 수 있을까.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고,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글로 써 내려가는 것. 그것이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면 한다. 글을 쥐어짜지 않아도.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내 안에 꿈틀대는 생각과 마르지 않는 느낌을 나만의 활자로 바꿔내는 일이 참 자연스러우면 좋겠다. 보는 사람도 참 리얼-하다고 느끼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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