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보니 토론을 하고 있더라. 토론의 주제는 '성선설 vs. 성악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와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가 기원전 300년대의 사람들인 걸 생각해 보면, 이 토론은 2천 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고난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이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이론이 나왔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자신들의 본성을 이다지도 궁금해하는 건, 선과 악 중 어느 쪽에서 나오는 것일까.
만약 당신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선로에 빠진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면. 아마 깜짝 놀라며 아이를 측은하게 바라보고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아이가 내가 아는 아이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평소에 친구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따위의 생각은 들 새도 없이. 내가 그 아이를 구해서 주목을 받겠다던가, 아이를 구하지 않으면 비난을 받지 않을까 하고 따져볼 겨를도 없이. 그저 아이를 구하고 싶다는 선한 마음이 나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 한들 인간이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역사와 뉴스를 보라. 과연 인간을 선하다고 할 수 있을지. 선한 인간들이 모여 어떤 일들을 벌여왔는지. 그리고 벌어지고 있는지. 인간이 살면서 규칙이 중요하고, 법이 중요하고, 예의가 중요하고, 배려가 중요하고,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역으로 그것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틈만 나면 언제든 악으로 기울 수 있기에, 이를 제어할 장치들이 필요한 셈이다. 이 또한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완벽하지 않지만.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를 규정하는 개념이다. 빛이 없으면 어둠도 없고,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는 것처럼. 하지만 빛이 선하고 어둠이 악한 것은 아니다. 늑대가 양을 잡아먹는다 하여, 양이 선하고 늑대가 악한 것도 아니다. 즉, 선악의 개념은 자연스럽지 않다. 인간의 본성에서 선하고 악한 모습을 동시에 찾을 수 있는 건, 인간이 선악이라는 인위적인 개념으로 잘 나누어떨어지지 않는 탓이다. 이런 논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은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본성'을 타고난다는 믿음 때문은 아닐까. 나는 관심 없는 스포츠 경기를 본 듯, 그 논쟁을 자연스레 지나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