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회사도 재택근무를 한다. 2주마다 3일씩 내 차례가 온다. 매일은 아니고 늦은 감도 있지만 그게 어디인가. 얼마나 바라던 일인지. 대부분의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도 도입을 안 해서 직원들의 불만이 많던 차였다. 이제 코로나19 무서워하며 밖에 안 나가서 좋고, 출퇴근 시간이 줄어드니 좋고, 덜 피곤해서 좋고. 무엇보다도 집에 있는 걸 워낙 좋아하는 나에겐 아주 딱이다.
아니, 딱인 줄 알았다. 처음엔 모든 게 좋았다. 낭만적인 '디지털 노마드' 느낌도 나고. 하지만 역시 좋기만 한 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인지라, 자꾸 소파가 눈에 들어오고 딴짓을 하고 싶었다. 재택근무가 간헐적이다 보니, 꼭 급한 일이 아니면 출근해서 하려고 자꾸 미루게 됐다. 그래서 재택근무 다음날이면 야근을 하곤 했다. 또한 외부에서 사내 시스템으로 접속하면서 보안 절차가 늘어 불편한 점도 있었다.
역시 공간이 중요하구나. 출근이라는 의식은 번거롭지만 나를 일하는 상태로 바꿔주고, 사무실이라는 온전히 일을 위한 공간으로 향하게 한다. 반대로 퇴근은 일을 잊고 집이라는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이 패턴이 몸에 익은 나는 집에서 눈 비비고 일어나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일하는 방을 따로 두어 공간을 분리해보기도 했지만, 집은 집이었다. 더 확실히 공간을 분리할 필요가 있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이 유독 잘 써지는 공간이 있다. 글에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다. 큰 책장엔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꽂아두고. 빔 프로젝터를 설치해 영화도 보고 싶다. 방음벽도 설치하고 암막 커튼도 달아야겠지. 친구들 불러서 상영회도 열면 좋겠다. 자연친화적으로다가 화분도 많이 가져다 놓고. 아예 통유리로 제주 앞바다가 보이면 최고겠는걸? 이쯤 되면 헛웃음이 난다. 공간이 뭐가 중요해. 작가라면 언제 어디서나 글을 쓸 수 있어야지.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여기가 공원이든, 지하철이든, 화장실이든. 나는 그렇게 되기 위해 오늘도 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