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제임스 딘

by 대한극장옆골목

영화 '아바타'가 중국 재개봉으로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제치고 세계 흥행 1위를 탈환했다. 재미있는 건 두 영화 모두 '컴퓨터 그래픽스'(CG)로 점철된 영화라는 점이다. 아바타가 전에 없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쫄쫄이를 입은 마블 캐릭터들에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자연스러운 CG 덕분이다. 사실 나는 CG가 너무 많이 들어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하지만 그런 나도 '혹성탈출' 3부작의 시저(앤디 서키스)를 보고는 소름이 돋았다. 사실적인 CG에 영혼을 불어넣는 그는 역시 모션 캡처 연기의 장인이었다.


이제 CG는 공간과 캐릭터를 창조할 뿐 아니라, 시간을 역행한다. 우리는 '아이리시맨'에서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의 젊은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물론 어르신들의 몸은 그대로이다 보니, 움직임이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이번 디에이징(De-aging) 기술은 모션 캡처 대신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최신 기술로, 얼굴에 점을 찍어 배우들의 몰입을 방해할 필요가 없었다. CG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촬영 중 사망한 폴 워커의 남은 분량을 CG로 채웠다. 그리고 영원한 24살 '반항의 아이콘' 제임스 딘을 그의 네 번째 영화에 캐스팅하려 한다.


물론 아직까지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감독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으로 잘 알려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다. 그가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아날로그는 CG보다 질감 자체가 더 자연스럽고, 작업을 거치지 않아 해상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배우들이 초록 세트가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 촬영하기에 훨씬 몰입할 수 있다. 앤 해서웨이는 '인터스텔라' 촬영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화면에서 우리가 우주선에 타고 있다면 그것은 실제 우주선이고, 우주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실제로 투사된 우주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고.


너무 티가 나는 CG는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과 CG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사실 나는 인터스텔라의 4차원 장면을 보면서 당연히 CG인 줄 알았다. 빅 피쉬의 노란 수선화 장면도 당연히 CG라고 생각했다. 한 장면을 위해 1만 송이의 수선화를 심었으리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앞으로 CG가 더욱 발전해서 그 누구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면. 약간의 부자연스러움도 느껴지지 않게 된다면. 그때도 놀란 감독은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할까? 그렇다면 돌아온 제임스 딘은 그인가, 아닌가. 사실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제임스 딘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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