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작가들은 규칙적으로 글을 쓴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하루에 정해진 양만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오전 8시부터 12시 반까지만 글을 쓰는 규칙을 30년 넘게 지켜왔다고 한다. 스티븐 킹은 하루에 10페이지씩 써서 3개월에 책 한 권을 쓴다고 하고, 존 그리샴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페이지를 쓰고 변호사 사무실로 출근했다고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이를 우물에 빗대어 말한다. 우물이 마르도록 다 퍼내고 다시 차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규칙적인 양을 퍼내는 것이 낫다고.
얼마 전부터 '사사로운 4단락'이라는 짤막한 에세이를 쓰고 있다. 평소 규칙적인 글쓰기에 대한 로망이 있던 나는 매일 같은 분량의 글 하나를 써서 밤 9시에 업로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왕 하는 거 강제성을 주면 더 좋을 것 같아 블로그에 '나만의 실천 100일'이라는 챌린지 위젯도 달았다. 글을 하나씩 올릴 때마다 100개의 칸에 꼬박꼬박 동그라미표가 하나씩 더해졌다. 갈수록 뿌듯함이 더해졌다.
고비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도전 21일차였던 어제. 집에 돌아와 시간을 보니 밤 11시였다. 1시간이면 충분히 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내 머리와 손은 급한 마음을 따라주질 못했다. 그래. 내가 하루키도 아니고 하루쯤 빼먹어도 괜찮겠지. 그래도 막상 챌린지 위젯에 생긴 가위표(X)를 보니 마음이 상한다. 망쳐버렸다. 지금껏 완벽했던 계획에 되돌릴 수 없는 오점을 만들었다. 맥이 빠져 하루 종일 널브러져 있다가 책상에 앉았다. 왜 어제 글을 쓰지 않았을까. 조금 무리하면 쓸 수 있었을 텐데. 대충 올리고 나서 나중에 수정해도 되지 않았을까. 단 하루의 실패였지만, 파장은 꽤 컸다.
한 번 끊긴 흐름은 다시 이어나가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건지. 그럼 완벽하지 않으니 그만두는 게 나을까? 챌린지를 취소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까? 아니다. 중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것이다. 어차피 삶은 나에게 편하게 글을 쓰라고 판을 깔아주지도 않을 테지만, 여유를 충분히 준다면 오히려 글을 쓸 소재가 없지 않겠는가. 심호흡을 하고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어제 일로 생겨난 생각과 감정만큼 차 있었다. 오늘은 이를 퍼내어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