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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극장옆골목 Apr 24. 2021

하루를 결정하는 순간

유독 기분 좋은 날이 있다. 뭐든지 잘 될 것 같은 날. 지난주 수요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아침부터 가뿐하고 출근길 발걸음도 가볍다. 그런 기분으로 출근하니 회사 업무에 집중도 잘 된다. 물론해야 하는 일이 변한 건 아니지만, 내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다. 집중해서 일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다.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을 한 번 더 정리하고 회사를 나선다. 왠지 모르게 뿌듯한 퇴근길이다.


그날은 어떤 점이 특별했던 걸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는데.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랬다. 그날은 새 옷을 입고 간 날이었다. 얼마 전에 구입한 가죽 재킷은 은근히 쌀쌀한 날에 잘 어울렸다. 원래라면 침대에서 천근만근 몸뚱이를 일으켜 세우는 것부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날은 새 옷을 입을 생각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나 보다. 결국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는 것은, 아침의 기분이었다.


그래서 아침을 바꿔보기로 한다. 먼저 자기 전에 다음 날 일어나면 제일 먼저 볼 거울을 깨끗이 닦아 놓고, 입을 옷도 미리 골라놓는다. 자기 싫어서 늦게까지 깨어있는 대신, 이불을 잘 정돈하고 일찍 잠이 든다. 일어나면 기분 좋은 노래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샴푸와 수제 비누로 기분 좋게 샤워를 한다. 잠깐이지만 여유를 가지고 꼼꼼하게 스킨케어도 한다. 어제 미리 골라놓은 옷을 입고 나면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마지막으로 회사 앞 카페에서 두유로 바꾼 라테를 한 잔 테이크아웃하는 걸로 계획은 완성된다.


결과는 확실히 달랐다. 준비하는 시간은 비슷했지만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허겁지겁 준비하고, 출근 시간에 쫓겨 도망치듯 집을 나서지 않았다. 그러니 억지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 아니었고, 붐비는 지하철도 짜증 나지 않았다. 이게 몸에 익어서 좀 더 일찍 일어날 수 있다면, 아침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은 욕심도 든다.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엔 또 뭐가 있을까? 당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나에게도 공유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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