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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짜민 Feb 13. 2024

1화. 연애 6년

 내 나이 서른셋. 나는 5~6년 차 연애를 끝으로 결혼에 골인한 새 신부이다. 대한민국에서 서른이 넘은 여자라면 결혼에 꿈이 있거나, 남자친구가 있는데 결혼을 하고 싶거나,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준비하거나, 싱글이나 다섯 중 하나다. (나도 이 사실을 부정하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보기에 부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6년 후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20대 때부터 꾸준히 한 단 한 가지가 나는 '연애'였다. 근데 연애 6년 동안 만나면서 남자친구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물론 그의 연락 방식, 거주지, 자동차, 직장 등 연애할 때 필요한 것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었으나 연애가 종료되면서 결혼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한 순간 나는 이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연애와 결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사랑받을 줄만 알았지 연애하는 동안 상대방을 맞춰주거나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더불어 결혼에 꿈이 없다 보니, 이 사람이 어떤 남자인 지 정확히 알아보지도 않은 채 내가 좋다고 하니 나도 점점 좋은 감정이 생겼고 그래서 만난 거다.


그리고 사랑이 식은 후의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나름 열렬히 좋아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함께 있었으며, 나는 부모님과 형제들의 비난속에서도 그를 만나러 뛰쳐나갔다.

 

 심지어 내가 2년 가까이 해외생활을 하게 되면서 서로 떨어져 있게 되었고 한국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그는 날 기다렸다. 그는 한국에서 8시간 이상이 걸리는 다른 나라까지 와서 나를 보러 왔다. 당시 이유는 보고 싶어서였다. 평상시에 연애할 때도 밤 12시에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를 달려온 적이 있다. 


근데 6년이 다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는 나의 어떤 부분적인 모습을 좋아했던 거였다. 한마디로 그가 상상했던 나를 좋아했던 거다. 그 사실을 안 순간. 아무 조건 없이 날 좋아해 준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 순간 나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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