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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데미안 Jul 17. 2023

7월 15일 토요일

강제 디톡스

스마트폰 작동이 불안정해지니 나의 여행도 불안해졌다. 화면 중간의 절반이 검게 변해버려 화면이 제대로 보이질 않고 상단 절반은 터치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뮤지엄 입장 예약 확인증, 뮤지컬 티켓 바코드, 런던으로 넘어가는 유로스타 티켓, 런던에서 히드로 공항으로 가는 익스프레스 패스, 이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들어 있기 때문에 해당 시점까지 스마트폰이 버텨주어야 한다.


액정을 만질수록 검은색 부분은 암세포처럼 커지고 있어 폴더블인데 접지도 못하고 파우치에 넣어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구글맵도 절반만 보여 정말 위급한 순간에만 꺼내어 보고 있다. 잠시지만 스마트폰이 없이 걷다 보니 손이 너무 가볍고, 두 눈은 앞을 향해 풍경과 사람을 더 살피게 된다. 머릿속의 기억과 거리의 이정표로 길을 찾다 보니 어려움도 있지만 진정한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 나쁘지만은 않다. 블로그를 찾기보다 매장의 분위기와 메뉴판을 직접 보고 마음에 드는 식당을 고른다. 이렇게 예기치 못한 우연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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