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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일 Feb 11. 2020

내 옆에 앉은 그녀, 오늘따라 가슴이 두근 거린다.

부산 비석 마을에서

눈 뜨니 아침 7시 40분. 

아휴, 또 지각이다. 

헐레벌떡 뛰어나가니 낡은 마을버스가 검은 연기를 내뿜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달리고 있다. 

아저씨. 멈춰요. 멈춰.

버스는 멈추지 않는다. 차창 밖으로 친구 범석이 가운데 손가락을 펴며 약을 올린다. 


하염없이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곱게 단발머리를 빗은 여학생이 앉는다.

겹눈질로 쳐다보니 오드리 헵번처럼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녀도 나처럼 늦잠을 잔 걸까. 아니다. 처음 보는 얼굴로 보아서 전학생인가 보다. 

말을 걸어 볼까 하다가 갑자기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나는 괜스레 헛기침을 하면서 교모를 비뚜로 쓰고 팔뚝에 힘을 준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오길 바라며.

버스는 오지 않고  

바람이 불어온다. 

그녀에게서 향긋한 비누 냄새가 난다. 

오늘따라 가슴이 두근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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