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같은 모호함" 전 세대 공감을 이끌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음 가장 먼 곳으로 가요
누군가 마음을 담은 반딧불을 날리고 있습니다. 그 혹은 그녀는 몇살일까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요. 결정적인 질문 한가지 더. 편지의 수신인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풋풋한 시절 만났던 첫사랑? 산전수전 겪으며 백년해로한 배우자?
사실 어느 것도 확실치 않습니다. 놀이터에서 수줍게 고백했던 고교시절 첫사랑을 떠올리거나, 조선시대 정숙한 여인이 사별한 배우자를 그리워하는 연서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지금 곁에 없는 소중한 '무엇'에게 전하는 마음입니다. 여기서 무엇은 사람일수도 기억일수도 있겠죠.
밤편지의 매력은 바로 모호성입니다. 노래는 화자에 대한 정보를 '일부러' 누락하고 있습니다. 대신 '그리움' '노스탤지어' 등의 아련한 감정을 시각적인 이미지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그리워
여기 내 마음속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가사에 열거되는 이미지 모두 사라짐을 앞두고 있습니다.
파도위에 쓰여진 글씨는 아마 파도에 휩쓸려 갈 것이며, 반딧불도 곧 날아가버리겠죠. 꿈이 깨고, 밤이 지나면 동이 틀 것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소중한 것을 생각하는 감정'입니다. 흩어질까 두려워 일기장에 적어둔 마음같은 것, 일테지요.
이렇게 만들어낸 이미지는 소중한 모든 것에 대한 마음을 전하는 러브레터가 됩니다.지금의 나를 지탱하게 해준 기억들에 대한 아련하고 뭉클한 마음입니다. 누구나 한번쯤 품었던 감정일겁니다. 실제로 이 노래는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죠.
시대를 초월한 감성을 담은 곡을 두고, 흔히 명곡이라고 합니다. 배경은 달라도 사람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재현해냈기 때문입니다. 밤편지는 그 쉽지 않은 작업을 해냈습니다. 94년생 아이유가 만든 '네오 클래식'입니다.
노래에 담긴 정서는 지극히 동양적입니다. 대체로 간접적입니다. 화자는 꽤 소심한 성격으로 추측됩니다. 직접 말하지 못하고 편지로 쓰고, 반딧불을 날리니까요. '사랑해'라고 말하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이에요.....'라고 겨우 돌려 말합니다.
만약 서양인들이 이 노래를 듣는다면 굉장히 답답해 할 겁니다. "왜 편지를 써? 당장 달려가! 말로 표현해!" "아직도 그 사람이 떠올라? 지금 고백해!" 이렇게 충고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직설적인 감정표현보다 간접적인 감정표현을 선호하는 동양인에게는 꽤 익숙한 정서입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인생의 소중한 순간으로 아련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 합니다. 아이유가 촘촘히 축조해낸 이미지와 감성 덕이겠지요. 이럴 때만큼은 느낍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아이유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