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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호영 Jul 02. 2017

스위스 시계줄 이야기

유럽은 적은 노동시간으로 왜 우리보다 잘 살 수 있을까?

몇 달 전 결혼할 때 예물로 받은 시계의 시계줄을 교체한 적이 있었다. 가죽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2년 정도 차면 시계줄이 망가져서 바꿔야 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정품 시계줄로 바꾸면서 지불한 금액은 20만 원 정도이다. 바꿀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날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어떻게 20만 원이 넘을 수가 있을까? 그런데 정품이 아닌 제품으로 교체했다가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결국 정품으로 바꾸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결국 난 그 가격을 내고 정품을 구매해서 교체를 했다. 


그런데 시계줄을 교체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스위스 시계 회사들은 참 대단한 회사이구나, 몇 십만 원에 시계줄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든 시계는 수백만 원, 혹은 수천만 원, 심지어는 억대가 넘는 시계를 팔고 있고,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결혼 예물이 아니었으면 이런 시계를 산다는 것이 꿈도 못 꾸었을 나였기에,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분명 시계를 그 가격에 팔고 있고 그걸 사는 소비자가 분명히 존재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정말 부러운 회사였다. 예전에 삼성전자 TV 사업부에서 일했을 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는 원가 절감이었다. 매년 떨어지는 TV 시장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마른 수건을 짜는 마음으로 개발팀원들은 나사 하나하나 새면서 원가절감 요소를 찾아내곤 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싸고 좋게 만들기 위해서 날밤을 새야만 했다. 물론 스위스 사람들도 무엇인가 노력을 하겠지만 너무 배가 아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시계줄을 가는 동안 백화점을 둘러보니 내가 그 존재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솔직히 그 브랜드들의 가격을 잘 알지도 못하고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만, 건너 건너 사람들에게 듣기로는 무지하게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가격에 줄 서서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건 스위스만 그런 게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등등 유럽의 소위 명품을 만들어내는 모든 나라들이 이런 '사기'를 치고 있었다. 


그럼 이게 정말 '사기'일까? 자본주위 시장에서 강제력과 거짓말로 속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건 정당한 거래이다. 결국 유럽의 이런 회사들은 우리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가치를 측정하는 공식은 간단하다. '(가격 - 비용)*거래량'이다. 그들은 '가격'을 높이는 데 성공했고, 우리는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비용'에 집중한다. 부품의 개수를 새고, 같은 급여로 많이 일하게 하고, 봉급은 적게 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좀 더 인건비가 싼 나라로 공장을 이전한다. 최근 최저임금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가격을 높일 수 없는 산업구조이고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임금의 인상은 결국 가치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산업계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계줄을 갈면서 오랫동안 궁금했던 궁금증에 하나의 해답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왜 유럽 사람들은 우리보다 많은 휴가를 가면서도 윤택하게 사는 것일까? 물론 이게 그 질문의 유일한 해답이 아닐 수는 있지만, 분명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제품을 비싸게 팔기 때문에 적게 일하고도 여유 있을 수 있고, 우리는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용을 낮추기 위해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다. 


그럼 그다음 질문은 왜 우리는 싸게 팔 수밖에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것을 기술이던 그게 브랜드라는 허상이든 간에 만들어서 팔고 있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유사품에 집중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혁신을 통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남들이 성공시켜서 이미 시장이 만들어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우리의 방법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에는 위험과 시간이 걸리지만, 한국의 전체적인 시스템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남들이 만들어서 성공한 안전한 산업,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야지 투자도 받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라고 말하지만, 외국에서 하지 않는 시도를 하면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그게 우리의 모습이고, 이제까지 그래 왔다.  


결국 기술의 혁신이던, 브랜딩의 혁신이든 간에 우리는 혁신을 통해서 산업을 주도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고의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조차도 휴대폰 분야에서 애플에 밀려 제품의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유럽처럼 우리가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산업을 리드해야 한다. 옛말에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라는 말이 있다. 몸이 고생하는 경제 구조를 벗어나서 창조적 파괴로 혁신을 만들어내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말은 쉽지만 사회 전반의 체질 변화가 되지 않고 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남이 하는 걸 베끼는 것에 익숙한 스타트업 문화, 그리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보다는 안전하게 삼성전자, LG전자에 납품하는 회사 같이 바로바로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회사를 선호하는 투자 문화, 실패가 없는 정부 과제, 트렌드에 민감한 연구 문화 등등 우리가 혁신으로 나아가는데 이 모든 것들이 걸림돌이다. 누구나 다 인정하지만, 아무도 뾰족한 해답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스타트업과 그들을 지지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난 우리나라 대기업 체계에서는 이미 과거의 관행을 바꾸기 어려운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더욱더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가 유럽처럼 적은 노동을 하고도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네오펙트라는 스타트업의 CEO로서 그러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노력을 보태고 있고, 그러한 날들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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