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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비 Oct 13. 2022

12. 그 영화처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그 영화처럼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나의 앳된 목소리와 아빠의 기타 선율을 들으며, 그때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아련함을 느꼈다. 마치 '타임 슬립(시간 여행)'을 경험하는 것처럼 가슴이 벅차고 설레었다. 때마침 떠오르는 가사가 있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그 영화처럼 그때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면 어떨까'








작사를 할 때엔 <어바웃 타임>, <이프 온리> 등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 낭만적인 장면들을 하나둘 떠올렸다. 그리고 배우의 감정에 이입하며 맘껏 상상력을 발휘했다. 판타지에는 시간, 공간의 제약 등 현실적인 한계가 없기 때문에 몽상을 좋아하는 나에겐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다.


이 노래 가사에 중점적으로 녹아든 정서는 그리움이다. 누군가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더라도 그를 마음에 영원히 간직한다면, 함께 한 순간 또한 영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리움이란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는 것 같다.


이 노래를 작곡할 때, 준섭 오빠는 1990년대 발라드 특유의 향수를 떠올렸다고 한다. 내가 가진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드러나기 위함이었다.

나는 평소 주변인들에게 ‘옛날 사람’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음악 취향이나 또래 친구들보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성향 탓도 있겠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한다.

오래된 모든 것들에게는 기어코 세월을 이겨낸 단단한 내공이 있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한 여운과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런 감동이 내겐 유독 오래 남기 때문에 음악 또한 아날로그 감성이 깃든 곡을 즐겨 듣는다.

<그 영화처럼>은 그런 예나비에게 가장 알맞은 자기소개 곡이 아닐 수 없었다. 좋은 시작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가장 고마운 곡이기도 했다.








ⓒ 2019. (김아란) all rights reserved.
앨범 소개

‘그 영화처럼’은 그때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엔 여러 가지 모양과 질감의 이별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그리움의 정서는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한 강아지를 떠나보내는 다섯 살의 첫 이별일 수도 있고, 가늠할 수 없는 시간 동안 함께한 노부부의 사연일 수도 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일 수도,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지독히 사랑했으나 헤어져야만 했던 연인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처럼 눈이 부셨던 순간을 함께한 모든 이에게, 그리고 세상에 뿌려진 수많은 그리운 사연에 ‘그 영화처럼’이 함께할 수 있는 밤이 있기를 바라봅니다.



예나비 - 그 영화처럼 M/V (배우 송은석, 문선영)
예나비-그 영화처럼 (2019.12.30)
작사 : 예나비 / 작곡 : 빌리어코스티
예나비 <그 영화처럼>

가만히 손 끝으로 천장에 그려보다
점점 흐려지는 나만 알던 그 표정이
그리워 짙어진 밤

아닌 걸 알면서도 그래야만 했는지
그저 바라봤던 처음 보는 그 표정에
그댈 잃어버린 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그 영화처럼
이별한 그 날로 되돌아가면 어떨까
하마터면 오늘 우리 헤어질 뻔했다면서

말도 안 된다고 했던 그 영화처럼
이 거리에서 다시 마주치면 어떨까
우리 이별이 그보다 말이 안 되는 일이죠
그래 기적처럼
 
어느 날 꿈처럼 그대를 만나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을 알고
그대가 선물해준 모든 날
결코 잊지 않을 거예요
나를 기억해줘요 부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그 영화처럼
처음의 그 날로 되돌아가면 어떨까
눈물로 번진 잘못된 결말은 뒤로 한 채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그 영화처럼
결국 같은 결말일지라도 그래도 난
내 생애 그댄 가장 눈이 부셨던 순간이죠
그래 영화처럼



<그 영화처럼> MV : (좌)문선영 배우님, (우)송은석 배우님

예나비의 음악은 전 음반 사이트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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