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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비 Oct 14. 2022

13. 한 편의 시(詩)

한 편의 사랑이라서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두 계절이 흘러 어느덧 2019년 가을이 되었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이었다. 겨울이면 첫 앨범이 나와야 했고, 곧 두 번째 발매할 곡을 결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동안 쉼 없이 달린 탓일까.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다.

따뜻하고 선선한 계절은 잠시 쉬어가도 된다며 나를 회유하는 것만 같았다. 결국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별다른 성과 없이 흘려보냈고, 목표한 날짜가 가까워졌다.


발등에 불이 붙어 그날만큼은 작업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며, 준섭 오빠에게 고민을 토로하자 오빠는 말없이 옆에 자리하고 있던 통기타를 들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따뜻한 기타 선율이 온몸을 감싸 안았고, 이내 걱정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렇게 단 5분 만에 탄생한 이 음악은 먼 훗날, 예나비의 곡 가운데 가장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한 편의 시(詩)>가 되었다.







내겐 엽서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 기다리던 전시회에서, 동네 자그마한 소품 가게에서, 우연히 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엽서를 발견할 때면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내가 차곡차곡 모아둔 엽서는 언젠가 어울리는 상대에게 전달된다.


소중한 상대에게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담아 건네는 정성스러운 마음.  나는 이처럼 편지를 적어 내려가는 순간을 떠올리며 이 곡의 가사를 썼다. 그런 따뜻한 마음이 이 음악의 특징인 통기타 선율과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사진 - 최성기 작가님



사실 작업 내내 아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본래 녹음은 2019년 12월 29일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후두염을 심하게 앓는 바람에 2021년 1월로 미뤄졌다. 당월에 앨범이 나와야 했기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미룬 보람도 없이 괜찮아졌던 후두염이 다시 재발하는 바람에 녹음 당일에도 저조한 컨디션으로 작업을 마쳤다. 사실 내가 힘든 건 괜찮은데, 도와주시는 분들께 많이 죄송했다. 그럼에도 이 음악이 이토록 완성도 있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모두 그분들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2020. (김아란) all rights reserved.
앨범 소개

행여 날아갈까 봐 두려울 정도로 소중한 마음이 있습니다.
너무 소중하여 함부로 꺼내지 못하고, 보내지 못할 엽서처럼 꾹꾹 눌러 담은 마음.
입술에 맴도는 말의 공기가 낯설고,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되지 않아 끝끝내 삼켜버린 마음.
수도 없이 생각하였으나 말하는 순간 공기 속에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까 차마 전할 수 없던 마음.

그런 마음의 시를 고이 접어 한 편의 음악에 담아보았습니다.




예나비 - 한 편의 시 M/V
<한 편의 시(詩)> (2020.01.28)
작사:예나비 / 작곡:빌리어코스티
예나비<한 편의 시(詩)>

이 시는 내 맘을 담은
한 편의 그리움이라
창가에 기댄 밤에 그대가 떠올라
내내 생각을 했소

내 맘 가까운 곳에 그대가 계시기에
행여 저 밤을 타고 날아가지 않게 음

이 시는 내 맘을 담은
한 편의 기다림이라
스친 바람에도 그대가 떠올라
한참을 서있었소

내 맘 깊은 그곳에 그대가 계시기에
행여 저 밤을 타고 날아가지 않게 음

이 시는 내 맘을 담은
한 편의 사랑이라서
아니 고갤 저어도 그대만 떠올라
그저 그리 두었소




예나비의 음악은 전 음반 사이트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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