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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비 Oct 17. 2022

14. 그대여 까만 밤

쏟아지는 빗속에 홀로 울고 서있으니




이 곡은 1980년대 초반,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아빠가 젊은 시절 만든 음악으로 내가 가장 처음 작업을 시작한 곡이기도 하다. 그러나 첫 번째로 발매되지 않은 이유는 예나비의 자기소개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영화처럼>과 <한 편의 시(詩)>는 예나비의 감성에 걸맞게 새로 만들어진 곡이라면, <그대여 까만 밤>은 아빠가 만든 기존의 곡이었고, 그만큼 아빠의 색채가 뚜렷했다.

이것을 오롯이 나의 목소리로 표현하였을 때, 과연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 어려운 난관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 음악을 아빠의 유작 가운데 예나비의 첫 곡으로 결정한 이유는 가사가 아빠와 작별할 당시 내가 느낀 감정과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음악에 대한 공감이 깊어졌고, 자연스레 우려했던 바도 사라졌다.


음악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빌리어코스티의 작곡과 예나비의 작사를 더했고, 최대한 원곡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이 음악을 마지막으로 준섭 오빠와의 총 세 곡의 작업을 마무리했다.






영원한 이별, 그 어딘가에 계신 아빠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와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함께 음악을 완성하였다. 

그것만으로도 비록 다시는 아빠를 볼 수 없을지언정 영원한 이별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원히 그리워하고, 영원히 기억하고, 영원히 간직한다면 그건 영원 그 자체일 것이다.


나는 이 음악이 아빠가 계신 그곳에 닿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내게 영원을 가르쳐준 단 한 사람, 사랑하는 아빠에게 이 음악을 선물하고 싶다.






2017년 8월 9일, 우리의 마지막 까만 밤을 기억합니다.
그 날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많은 비가 쏟아졌고, 별빛조차 주저앉아 따라오지 않던 까만 밤.
저는 사랑하는 아빠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오랜 시간 투병하신 아빠가 저에게 남긴 유언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사랑한 저의 목소리를 부디 들려달라는 것, 나아가 당신이 젊은 시절 만든 음악을 제가 대신하여 세상에 펼쳐달라는 것입니다.
그 약속의 첫 번째 음악을 소개합니다.

때론 '그 영화처럼' 눈이 부셨고, 때론 '한 편의 시'와 같이 아름다웠던 당신과 함께한 어린 나날을 영원히 기억할게요.

먼저 긴 여행을 떠난 그리운 나의 아빠께 당신의 음악을 선물합니다.



예나비 - 그대여 까만 밤 M/V (배우 : 전희연, 백재민)
그대여 까만 밤 (2020.02.26)
작사: 황정호, 예나비 / 작곡 : 황정호, 빌리어코스티 / 편곡 : 최민준
예나비 <그대여 까만 밤>

그대여 까만 밤 잠 못 이루나
쏟아지는 빗속에 홀로 울고 서있으니
그대여 날 버려두고
그대여 난 어이하나
쏟아지는 빗속에

그대여 나를 떠나가지 말아 주오
사랑이라면 사랑이라면
떠나가지 말고 날 위해 다시 돌아와 주오
다시 돌아와 주오
돌아와 주오 내게

그대여 까만 밤 어딜 갔는지
나 홀로 빗속을 찾아 헤매고 있네

그대여 날 버려두고
그대여 난 어이하나
쏟아지는 빗속에

그대여 부디 나를 돌아보지 마오
떠나신다면 떠나신다면
눈물짓지 마오 그대 영원한 사랑이라오
나의 사랑이라오
사랑이라오 내게

그대여 까만 밤 잠 못 이루나
쏟아지는 빗속에 홀로 울고 서있으니




예나비의 음악은 전 음반 사이트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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