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떠나면 정말 끝이 나는 걸까.
못다한 말을 하고 싶어 희미하게 모습을 들어내는 죽은 자의 영혼을 보는 탐정이 여기에 있다. 치밀하고 날카로울 것 같은 탐정은 어디가고 2%로 부족한 듯한 탐정이라니. 그런 그의 모습에 영혼들도 마음을 드러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말을 건넬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무음의 상태로 그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희미한 영혼을 바라보며 숨어있는 의미를 하나 하나 찾아간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행방불명 된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까지 그의 능력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기라쓰구와 단둘이 있을 기회도 많았던 고이케라면 범행은 가능하가. 하지만 동기는? 게다가 아무리 좋은 가정부라도 가족을 죽였는데 가에데가 감쌀 것 같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사쿠라코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쫓다보면 어느 새 나도 탐정이 된 마냥 이리 저리 추리해 가는 과정이 꽤나 흥미로웠다. 이 사람이 범인인 것 같다가 저 사람이 범인인 것 같다가 도저히 알 수 없게 모두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조금만 더 실마리를 찾으라고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그의 시선을 쫓아가본다.
영혼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탐정 일을 하고 있지만 만약에 그에게 이런 능력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이 능력이 있었음에도 그는 한계에 부딪힌다. 왜냐하면 영혼이 모든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다. 무음인 상태에서 자신에게 보이는 조각난 영상들을 추리해야만 한다. 누군가가 톡 건드려주면 바로 풀릴 것 같은 상태지만 도저히 쥐어짜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주인공도 그런 한계에 부딪히니 자신이 과연 탐정을 할 만한 사람인가를 의심하기도 한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전개지만 묘하게 끌어당기는 부분이 이 책에는 있다. 죽은 자의 마음을 읽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영혼을 대하는 주인공의 공감이 바로 이 글의 매력인 것 같다.
“영혼은 생전의 본인과 무관한 곳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개 자기가 죽은 곳에 있거나, 아니면 마음이 강하게 남은 장소나 물건 곁에 있다. 영혼이 전부 그런 건지 내게 그런 영혼밖에 보이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상 나믐 그걸 알고 있었다.”
일이 해결되면 과연 영혼은 그 자리에서 사라질까? 하고 싶은 말을 과연 다 해결해 준 게 맞을까라는 의심을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한다.
과연 그럴까?
“영혼의 존재로 사람이 그곳에서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대체 왜 죽었는지는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느낌이죠. 탐정 본인의 추리력은 미묘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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