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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 Sep 02. 2022

불안이나를더좋은곳으로데려다주리라_임이랑


사계절은 말없이 다가왔다가 지나간다. 무덥고 습한 날이 언제 곁에 있었냐는 듯 새파란 하늘은 새털 같은 구름으로 힘든 나날을 감싸 안아준다. 우리 삶도 시간을 따라 불안했던 순간들을 지나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 같다. 말 한마디에 힘없이 바르르 떨던 그 때를 지나면 마음을 붙잡고 뒤로 숨지 않는 시간이 온다. 때로는 세상의 모든 자극에 너무나 예민해서 나만의 방에서 밖으로 나오기 싫을 때도 있지만 잠시 그렇게 방 안에 있다 보면 다시 밝은 곳으로 한 발을 딛고 일어서는 날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로 사느라 내가 참 고생이 많다.”


작가의 무심한 문장 하나가 마음을 토닥토닥 한다. 식물을 키우며 음악을 하고 글도 쓰는 작가지만 불안하고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와 마주보는 시간은 수십 번을 해도 어색하고 괴롭다. 자신의 장점보다는 단점, 못난 점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거울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내 시선을 돌린다. 그럼에도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다음 잘 달래가며 함께 지낼 수 밖에 없다. 

“내가 여기에 있고 당신이 거기에 있어서 다행이다.”


나의 부족하고 못난 점을 채우기 위해 식물을 키우기도 하고 다른 성격의 친구들을 가까이에 두기도 한다. 좋은 기운을 뿜어내어주는 사람과 함께 하고 나면 불안하고 못난 자신을 다 채우고 오는 기분이 참 좋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조용히 듣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말하는 내 모습이 어색하고 견디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입을 굳게 닫고 말을 안하고 살 수는 없으니 꾸역꾸역 이런 나를 받아들이며 산다. 혼자 중얼거리며 식물에게 말을 시켜보고 집에 돌아다니는 청소기에 말을 걸어보고 걸어가면서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누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일을 포기한 그 순간부터 그런 게 아닐까.


“세상에 나만 쓸 수 있는 글과 마나 쓸 수 있는 멜로디는 없다. 마찬가지로 나만 돌볼 수 있는 식물도 없다. 나 없이도 세상은 어떻게든 굴러가게 되어 있다. 내가 아니어도 괜찮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보겠다는 자세로 다시 또다시 고개를 들고 살아간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글을 읽으면서 웃음을 절로 자아내는 작가의 글이 지금의 새털 같은 하늘이 마음에 퍼지는 듯 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가 주위에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고 또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에세이를 사랑하고 쓰는 게 아닐까.


“창작자는 보따리 안의 재료로 이야기를 엮어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위안을 건넨다.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과 그 이야기를 흡수하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각각의 화학작용이 창작자와 세상을 연결한다.”


불안을 이제는 붙들고 받아들이며 자신을 잘 데리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토닥거려줄 수 있는 

문장들이 깊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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