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의견을 피력할 수 있으며 자기 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 백송이 꽃이라면 그러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수호믈린스키의 책을 읽으며 오래 전 어느 교장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던 '백화제방'의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백가지 꽃과 같은 아이들을 한명 한명 빛나게 하는 것이이야 말로 현재교육과 미래교육의 과제가 아닐까? 결국 교육의 목적의 시작과 끝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감수성과 공감교육이 중요하다!
수호믈린스키는 책의 여러 곳에서 감수성과 공감교육의 중요성을 말한다. 감수성이란, '마음, 생각, 감정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반응할 줄 아는 능력'이다. 그리고 공감은 타인의 감정에 대해 감수성을 가지고 반응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이러한 공감능력은 친구, 교사, 부모에 그치지 않고 주변의 이웃과 동물, 환경, 세계로 까지 확장되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감수성과 공감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타인의 감정과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없이는 그들의 감정과 고통에 대해 공감할 수 없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을 돕는 행동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감없는 민주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은 실천하는 시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감수성과 공감을 기르는 교육을 통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감수성과 공감을 길러내는 교육으로 수호믈린스키는 '예술교육'과 '도덕교육'을 꼽았다. 음악과 미술을 매개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교감하면서 학생들은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도덕적 습관을 기르기 위해 경험을 강조하였는데 실제 도덕적 경험을 통해 도덕적 가치를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도덕을 배우는 과정에서 '가정교육'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에서 보고 배운 것이 도덕적 가치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향상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수호믈린스키는 아이들이 예술교육과 도덕교육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감수성과 공감교육에 대한 수호믈린스키의 강조가 현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첫째, 교육의 가치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특별하며 하나 하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존중감은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에 반응할 줄 아는 감수성과 타인의 감정과 고통에 같은 마음을 느끼는 공감에서 나온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에 주목하고 그의 마음에 대해 묻고 경청하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둘째, 실천중심의 공감교육이 현장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실천이 없다면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공감으로 이어지더라도 경험으로 구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놀이교육, 토론교육, 인문학교육, 예술교육, 시민교육이 실천중심교육으로 학교현장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셋째, 학부모교육은 감수성과 공감교육의 기반이 된다. 학부모가 가정교육을 잘 해야 아이들이 가정에서부터 미래지향적 가치,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마음이 아픈 부모들, 바빠서 제대로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부모들은 제대로 아이들에게 가정교육을 제공하지 않고 학교에 모든 교육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학부모 교육이 가장 필요한 시대에 서 있는 교사로서 수호믈린스키가 노력했던 학부모교육이 부러운 것은 당연하다. 넷째, 타인에 대한 공감은 자신의 발전에 대한 자발적인 노력으로 돌아온다. 왜냐하면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는 자기주도적인 학습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감수성과 공감교육은 타인에서 자기에게로 그리고 다시 타인에게로 나아가는 선순환의 구조를 갖게 된다. 이것이 사회참여교육이고 세계시민교육이다.
바보야, 문제는 전인교육이야!
수호믈린스키가 강조한 것은 아이의 전인적 발달을 위한 통합적 교육접근 방식이었다. 전인교육을 위해 도덕교육과 신체교육, 지식교육, 노동교육, 예술교육, 마음교육이 필요하며 이 모든 교육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주장했고, 그 중심에 도덕을 두어 '모든 학생이 지식과 노동을 통해 개인의 성장과 집단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했다. 그의 전인교육은 인지능력, 사회정서능력, 신체능력의 고른 발전을 위한 교육이다. 그는 지적사고와 육체노동을 결합하는 방법으로 독서활동을 권장했고 과학교육을 위해서는 마음교육으로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전인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학교환경 정비와 교사의 자질 계발을 꼽았다. 우선, 그는 환경이 아이들의 무의식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는 큰 운동장 대신 '나무와 관목으로 구획을 나누고 꽃들로 장식한 조그만 빈터들이 있는 운동장'을 소규모의 친밀한 모둠이나 조용히 사색이 필요한 개인을 위한 장소로 만들었다. 그의 환경에 대한 생각은 지금의 교육현장에서 강조되고 있는 학교공간혁신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지금까지는 산업역군을 찍어내는 공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감시가 용이한 일자식 복도, 통제가 용이한 구령대 등 수직적 구조를 강조했던 학교라는 공간이 학생들의 무의식에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왜 학교공간부터 민주적으로 바꾸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둘째로 수호믈린스키는 교사의 자질이 학생의 전인적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필요한 교사의 자질로 4가지를 강조했는데 아이들에 대한 공감과 선함에 대한 믿음,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열정, 심리학과 교육사상에 대한 조예, 노동기술이었다. 그는 교사의 자기계발을 위해 사색의 시간을 갖고, 사제간 동아리활동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의 교사에 대한 생각은 현재의 교사들의 모습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특히 심리학과 교육사상에 대한 조예는 교사의 변화의 동력으로서 교육에 대한 철학이 중요함을 말해준다. 철학이 없는 교사에게서 자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자율성이 없이는 전문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지금 우리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른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철학의 공유라고 생각한다.
수호믈린스키의 전인교육이 현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첫째, 시민의식은 전인교육을 통해 출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은 집단속에 존재하지만 독립적 자아를 가진 주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시민교육의 출발'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시민은 건강한 몸으로 합당한 노동활동을 할 수 있으면서 지적인 교양을 갖추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사회참여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즉, 지, 정, 의와 관계된 교육을 통해 인지, 사회정서, 행동역량을 고루 갖추게 된 사람이 시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천중심의 민주시민교육 역시 이렇게 예술체육교육, 노동교육, 인문학교육, 놀이교육, 토론교육 등 전인교육의 형태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간혁신은 학교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의 전인적 발달에 목적을 두고 지속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학교환경이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참여하는 공간혁신사업의 형태로 학교환경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사업이 교육과정 속에서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적 관점에서 공간혁신을 바라보고 지도할수 있는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 자율화를 주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교사의 자질 계발을 위해 교사에게 상상할 여유시간을 주고 철학 공유를 위한 학습공동체 모임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여유없는 학교생활은 교사로 하여금 자신의 철학을 만들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고 변화에 무관심한 교사들을 만들어 왔다. 따라서 교사들에게 빡빡한 연수일정대신 여유와 사색이 넘치는 연수를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이고 학교에서 일과시간 중에 교사간, 사제간 학습공동체로 모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학생의 전인적 발달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능력있는 교사들이 양성될 것이다.
2020년 1월 유투브 '온라인 탑골공원'에는 시간여행자, 시대를 앞서간 가수들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나는 수호믈린스키의 책을 읽으면서 이 분이야 말로 시대를 앞서간 교육자, 시간여행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처럼 지식과 삶을 일치시키는 경험을 통해 진정한 삶의 힘,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모든 교육방식은 지금 강조되고 있는, 실천하는 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경험중심 교육이었고, 그의 노동교육은 개인별 맞춤형 성장중심 진로교육이었다. 또한 그는 <진정한 인간교육법>에서 지금의 교육현장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한다.
교육자의 인간적인 소명은 가장 취약한 학생이라도 성공의 기쁨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학생이 여러분에게 교육받고, 학생의 작은 기쁨은 가족 안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심리적 화합을 강화하는 강력한 정신적 힘으로 작용한다.
그가 말한 교육자의 인간적인 소명은 현재의 교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능력중심주의, 메리토크라시가 지배하는 학교 현장에서 우리 교사들은 '가장 취약한 아이에게도 성공의 기쁨을' 주겠다는 소명을 가지고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그저 잘하는 아이에게 칭찬과 보상을 해주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세상에서 그 '인간적인' 소명에 대한 교사의 실천은 학생을 바꾸고 가정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방점은 교육자의 소명에 대해 믿고 시간을 주는 수호믈린스키 교장선생님에게 있다. 이 시대에 살다가 과거로 갔을 것 같은 시간여행자, 수호믈린스키 교장선생님이 지금의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에게 '교육자의 인간적인 소명'을 가르치고 격려했으면 좋겠다. 교사의 소명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학교장의 역량이며 비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교장선생님 곁에는 그에게 협력하고 함께하는 소명넘치는 교사들이 있어야 하겠다. 아직 교육현장에 희망이 있길 바란다.
*혁신교육(요즘교육)의 방향성과 수호믈린스키의 교육철학 간의 공통점이라고 생각되는 것
1. '아이들은 한명 한명 빛나야 한다'는 것은 학생 개인의 역량 강화를 교육목적으로 하는 '역량중심 교육'을 의미한다.
2. 교사가 교육과정 운영에서 자율성을 가져야 전인교육이 가능하다
3. 암기는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무의미하다
4. 지식교육은 경험과 연결되어야 한다.
5. 모든 아이가 목표점에 도달하도록 보편적 학습설계를 해야 한다.
6. 학교환경이 학생 교육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7. 모든 교육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전인교육을 위해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8. 예술교육, 체육교육, 도덕교육(인성교육), 놀이교육은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길러준다.
9. 학생, 학부모, 교사의 자율성과 자치역량이 아이들을 한명 한명 빛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 학생과 교사의 관계성은 서로에 대한 존중에서 나오며 이를 통해 학생의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자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