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 Nov 23. 2022

엄마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자라면서 내 부모님께 확실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던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늘 받기만 하는 사람은 원래 자기가 얼마나 많은 걸 받는지 모를 뿐...

그래도 내 아이는 엄마가 아빠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거 하나만은 제대로 알면서 자랐으면 하는 욕심 섞인 마음이다.)

 

내가 부모가 되고 나서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자식을 믿고 사랑한다, 내 숨을 다 네게 불어넣어 줘도 아깝지가 않다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그런 사랑을 우리 부모님도 내게 똑같이 어쩌면 그 이상으로 주며 키우셨겠지 짐작할 뿐이다.


내 부모와 나의 세대가 다르 듯, 내 부모가 나의 조부모에게 받아 온 사랑의 표본이 다르 듯 그들은 그들이 배워 온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며 키워냈을 것이다.


단지, 안타깝게도 내 기억으로는 내가 확실한 사랑을 받고 자라 집 문밖에서 어떤 시련을 겪었더라도 다시 집 안으로 돌아왔을 때 쉼이 되고 쾌유가 되는 그런 경험이 없었을 뿐.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을 충만하게 받고 있음을 느낀다. 내 부모에게 받은 사랑, 남녀 간의 사랑으로도 운 좋은 어떤 사람들은 진작 느껴봤을 테지만 감히 말하건대 내가 지금 아이에게 받고 있는 이 무해하고도 순수하고 티끌 만한 의심 한 점 없는 사랑은 부모가 되고 나서야 느끼는 분명 다른 감정이다.



며칠 전 아이와 식탁 의자에 나란히 앉아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둘이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리듬을 타고 있다가 눈이 마주쳐 까르르 웃었는데 그 순간 분명 우리 주변이 반짝반짝거렸다. 아이도 그걸 느꼈을 거고. 충만한 사랑이 가득한 순간이었다.


정우야, 엄마랑 지금 이렇게 행복한 거 잊지 말고 기억해
나중에 정우가 커서 마음이 슬픈 날
엄마랑 이렇게 행복했던 거 엄마가 정우 사랑하는 거 마음으로 생각해
그럼 엄마가 정우 맘에 있는 거니까




자기 전 아이가 내 목을 끌어안으며 말한다.


난 엄마가 너무너무 좋아.
내가 매일 엄마를 부르고 엄마 옆에 있고 싶어 하고 엄마랑 놀고 싶은 건
엄마가 너무너무 좋기 때문이야.




큰 소리를 내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아이에게 으름장을 놓아도 뒤돌아서면 엄마 품을 파고드는 아이, 언제 엄마한테 섭섭한 게 있었느냐며 뽀뽀를 퍼부어 주는 아이.


내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변함없고도 확실한 사랑을 받은 순간이 있었던가.

내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어쩌면 어제보다 오늘 더 큰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있었던가.


아이가 그걸 내게 경험시켜 주고 있다.

작고 말랑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주고 허리를 껴안아주고 손가락 마디마디를 잡아주면서

나를 이토록 사랑해주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쓸모없는 건 없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