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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Jan 24. 2019

PORTO. 14

포르투 21일, 살아보는 여행의 기록


1. 더 더 생산적인 경험을 원해



얘네들 잡 포지션 이름 참 간지나게 짓는다. 8일 남았는데, 더 더 생산적인 경험을 할 순 없을까? 머리 한 대 뽱 맞고 한국 가서도 정신 못차릴 정도의 그런 것.




2. 오늘 아침,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받은 장문의 메세지


이렇게 인간적으로 게스트를 보살펴주는 호스트가 또 있을까.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빠서 얼굴 보고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며, 따로 시간내서 점심이나 저녁 먹을 수 있게 노력해보겠다고 얘기하는 호스트. 개인적인 사정이 어떤건지도 대충 건너 들었고, 나 때문에 걱정 안했으면 하는 마음에 엄청 열심히 이 곳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는 걸 피력했다. 보고 있나요 에어비앤비, 이런 호스트한테는 상 같은거 줘야해요 진짜.





3. 브라질 스타일의 대구탕



워크샵 가기 전에 라면 먹고 출발하려 했는데, 집에 항상 계시는 호스트의 어머님이 점심을 드시고 계셨다. 브라질 스타일로 만든 대구탕이라며 원하면 나눠주겠다고 했다. 당연히 OK하고 먹어봤는데, 딱 한국에서 먹는 대구탕 맛이 났다. 들어간 야채들이 좀 낯설어서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생선은 딱 대구탕의 그 맛. 홈스테이 하는 기분 들고 좋았다.




4. 아줄레주 워크샵 가는 길


포르투에서 비오는 날 버스타면 들리는 소리들.





5. 일주일만에 만난 나의 아줄레주 타일



내가 타일에 바르고 있는 색깔이 최종 완성본에서 보여질 색상이 아니라서 살짝 답답했는데, 동시에 흥미롭기도 했다. 완성될 타일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색칠했어야 하니까.


색칠하고, 유약 바른 다음에 다시 또 구워야 완성된 타일을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길고 긴 과정을 거쳐야할지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이번 주 금요일에 또 공방에 방문하기로 했다.




6. 최애 맥주집 다시 찾기



네 번 째 방문, 세 번째 먹는 굴덴드락 브루마스터. 진짜 한국가도 제일 그리울 것 같고, 여기서 제일 가져가고 싶은 술. 사장님한테 이거 너무 좋다고 얘기했더니, 병으로도 팔고 있단 얘길 해주셨다! 캐리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두 병 사가서 한 병은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술 먹을 때 오픈하고, 한 병은 진짜 너무 힘들어서 포르투 여행 생각날 때 열면 딱일 것 같다.




7. 매일 외식하는 삶,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매일 외식하는 삶.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음식들을 충분하게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지만, 2주차가 되면서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라기보단, 사는게 문득 너무 부자연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먹는 것도 맨날하니까 지겨워지더라. 분명 맛있는 것들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생각해보면 비슷한 종류의 맛있는 음식들은 한국에도 많다.


8. 드디어 삼겹살 영접, 눈물겨운 만찬.


진짜 삼겹살을 찾아 집 근처 다른 마트에 갔다. (Lidl) 딱 봐도 삼겹살 같이 생긴게 날 기다리고 있었고, 신나게 장바구니에 이것 저것 담았다.


삼겹살 1근 (600g)
방울토마토 (250g)
액티비아 요거트 4개
믹스샐러드 야채 1봉지
감자 315g
상추 1통

이 모든게 놀랍게도 7.2유로. 단돈 9900원!






아. 고추장 없는 삶. 상상할 수 없어요. 정말 소중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9. 잠들기 전에 든 생각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따르기. 남은 여행 기간동안 내 모든 판단의 기준은 여기에 맞추는게 좋겠다. 고민되면 나 자신에게 물어보기. '그래서 나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어?'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잠시동안 내가 여기서 엄청 힘든 극한 알바를 뛴다고 해도 그게 정말 내가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거라면 해도 좋겠다는 것.


포르투에서의 생활이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니. 정말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일기에서 이 말만 백 번 넘게 한 듯) 딱히 할 게 없어서 심심한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이게 싫지는 않다. 그냥 별 일 없이 무던하게 흘러가는 삶, 그 속에서 매일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는게 참 좋다. (매일 일기 쓰는 것 그 자체로 나에게 칭찬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중이고, 정말 별 거 없는 하루였더라도 일기를 보면 꼭 뭐라도 새롭게 보고 새롭게 느낀 것들이 있다) 아마 지금까지 정말 아무것도 안했더라면 조금 우울해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내 삶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없으면 안된다는 걸, 퇴사 후에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을 가져보면서 깨달았고 여행을 하면서 확신을 갖게 됐다. 여행 중 얻은 큰 수확!


어쨌거나 한국 돌아가면 이 시간들을 엄청나게 그리워할거란 걸 몸으로 느끼고 있는 터라, 지금 순간 순간을 더 사랑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내일 날씨 좋으면 성당 꼭대기 내가 좋아하는 스팟에 앉아서 또 일몰봐야지.





흑흑 일주일 남았다고 프랑스에 예약해둔 에어비앤비 알림이 계속 날아온다 흑흑. 프랑스도 기대되는데 포르투 떠나기 시로요. 내 몸 두 개 였으면..


23,151원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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