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21일, 살아보는 여행의 기록
1. 이틀 비온 후 맑음
맑은 날엔 정말 작정하고 깨끗하게 맑다. 이틀 비 온 뒤에 만나서 더 극적으로 느껴졌다.
#nofilterganzi
2. 구글 평점 4.6- 그저 그랬던 스시 가게
구글맵 평도 좋고 런치 메뉴 가성비가 아주 괜찮길래, 기대를 안고 들어갔다. 12유로, 런치 메뉴 가격만큼의 값어치 하는 맛. 바깥 날씨가 엄청 좋은데 가게가 전반적으로 채광이 좋지 않고 어두운 편이라, 나도 덩달아 차분해지는 느낌. 재방문 의사는 없습니다.
Gion.porto Culinária Japonesa
R. do Comércio do Porto 197, 4050-253 Porto
3. 그냥 걷다 만난 풍경들
오래 있으니까 저번에 봤던 밴드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노래 하는 것도 본다.
얼굴 없는 투명인간 퍼포먼스
한국 가면 포르투 정말 많이 그리울거야
4. 매일 가고 싶은 공원을 만났다.
구글 맵에 찍어뒀던 공원. 볕이 좋아서 기대를 안고 걸어갔는데, 정말 좋았다. 포르투갈 친구들 여기서 다 햇빛 쬐고 있었어! 아직 한국 사람들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 같았다. 명동을 벗어난 기분. 이제 일주일 남았는데, 맨날 가고 싶은 곳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 여기 햇빛 한국에 담아가고 싶을 정도.
대마같은거 말고 있는 애들도 있었다.
Parque das Virtudes
Passeio das Virtudes 53-3, 4050-091 Porto
이제야 찍어본 포르투의 바로 그것.
5. 호스트가 극찬했던, 마토지누스의 해산물 식당
혼자갈까 하다가 여러가지 종류의 음식이 궁금해서 또 동행을 구했다. 어쩌다보니 여럿이 둘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문어 샐러드, 갑오징어구이(cuttlefish), 하우스 그린 와인 그리고 천국의 맛이 났던 어떤 디저트를 먹었다. 서빙해주시는 분의 favorite dessert 라고 하셔서 믿고 먹었는데 부드럽고 달콤하고 고소했다. recommendation이 아니라 favorite을 물으면 대체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길 김민철 작가님 책에서 봤다. 대개 질문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골라준다고. 신통한 'What is your favorite?'의 마법. 만족스러운 식사였고, 둘이서 각자 12유로를 냈다. 동행분이랑 얘기하면서 서핑에 대한 마음이 더 커졌다. 여기서 안해보면 평생 할 일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Restaurante Lage Sr. do Padrão
R. Heróis de França 516, 4450-159 Matosinhos
6. 처음 만난 포르투 밤바다!
밥 먹고 밤바다를 구경했다. 별이 쏟아진다고하기엔 살짝 부족할 정도지만, 하늘에 별이 꽤나 많이 떠 있었다. 마음이 벅차올랐다. 평화롭고 조용했다. 술도 한 잔 들어간 상태라 마음이 촉촉했다. 다음 날 또 오고 싶었다.
Matosinhos Beach
Av. Norton de Matos, 4450-208 Matosinhos
7. 열 한 시 넘어서 메트로 타면서 든 생각
오늘로 포르투 2주차가 되었고, 구글맵 없이 이름만 봐도 어디로 향하는 메트로인지 아는 수준으로 레벨업 했다. 관광지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여행이라면 3박도 넉넉한 곳이지만, 이 동네에 푹 빠져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3주도 짧고 한 달도 짧다 정말. 좀 적응해서 편해지려니 떠나는 느낌. 아쉬우니까 단골 술집가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 마셔야지.
Matosinhos Sul
4450-242 Matosinhos
8. 매일 가고 싶은 펍을 다시 방문했다.
더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서, 갈 때 마다 기분 좋아지는 단골 가게를 또 찾았다. 마감시간을 앞둔 밤 열 한시 이십분 쯤 문을 열고 들어갔고, 10도가 넘어가는 맥주 두 잔을 마셨다. 포르투에서 역대급으로 많이 취한 밤이었다. 주변 친구들한테 무슨 메세지를 그렇게 보냈는지. 다음날 이불킥 한 번 했다.
새벽 두 시 쯤 집 들어와서, 수강신청 장바구니 해야한다는 사실에 살짝 괴로웠다가 잠들었다.
Gulden Draak Bierhuis Porto
N. 82, Rua de José Falcão, 4050-315 Porto
9. 마치며
오늘 하루도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해질 수 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었다.
PORTO. n
일기 쓰면서 n의 숫자가 점점 커지는 걸 볼 수록 아쉽고 슬푸다. 벌써 정들었나봐.
50,605원 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