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태욱 Jan 28. 2019

PORTO. 17

포르투 21일, 살아보는 여행의 기록


1. 쌀케익 만드는 방법을 전수 받다.


침대에 앉아서 노트북 펼쳐놓고 일기를 쓰던 중이었다. 호스트 할머니가 방문을 똑똑 두드리시더니, 부엌으로 따라와보라고 했다.


저번에 호스트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쌀케익을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이 케익 너무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종이에 레시피를 적어주신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레시피를 직접 시연해주시겠다는거였다. 재료들을 하나 하나 보여주시면서 베이킹 수업을 하시기 시작했고, 열심히 눈치 굴려가며 sim, sim(yes, yes)를 외쳤다. 말이 통하지는 않아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는 진심이 느껴져서 참 좋다.






2. 고등학교 선배와의 점심



포르투로 여행 온 고등학교 선배님을 뵙기로 했고, 집 근처 최애 밥 집 옆에 있는 최애 까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가는 길에 만난 풍경들. 오늘도 날씨가 너무 좋았고, 진짜 여기서 살고 싶단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이 곳에서의 시간들이 여행이 아니라 완전한 일상이 되어도 이 풍경들 앞에서 똑같은 기분이 들까.





여행 얘기, 이런 저런 사는 얘기들을 했다. 여기 참 좋은 게 문 닫고 나갈 때 마다 꼭, 서빙하시는 분이 눈웃음으로 인사를 해주신다. (근데 진짜 너무 아름다우심......) 자꾸 생각날 것 같은 웃음. 화요일에 맥북 들고 또 편집하러 가야지 헤헷


Early

Rua dos Bragas 374, 4050-122 Porto




3. 좋아하는 공원에 가기


볕이 좋았고, 공원에 가서 누워서 책이 보고 싶어졌다. 아침에 출발하는데 돗자리 어디서 사면 되냐고 호스트 할머니께 물어봤는데, 창고를 뒤져서 나에게 엄청 큰 타월을 주시더니 이거면 충분할거라 했다. 



볕이 너무 좋아서 필카 셔터를 몇 번이나 눌러댔는지 모른다.




지도와 정보를 내려놓자. 우리의 취향과 우리의 시선과 우리의 속도를 찾자.

여행 내내 계속 나를 따라다녔던 구절. 그리고 호스트 할머니가 챙겨주신 toalha grande.





두 시 반에 도착했는데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고, 해 지는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텅텅 비었던 공원에 사람들이 모였다. 다들 해 떨어지는 시간 기다리면서 맥주를 손에 쥐고 있다.



이 공간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영상으로 남겨둬도 좋을 것 같아서 열심히 찍었다. 이 분위기를 온전하게 담아내고 싶어서 주변을 유심히 둘러봤고, 잠시 후 만난 사랑스러운 풍경.




Parque das Virtudes

Passeio das Virtudes 53-3, 4050-091 Porto




4. 떡볶이 재료 사러가는 길



볼랑시장행 메트로 타러 가는 길에 만난 풍경과 소리.





포르투에서 가장 큰 전통 시장이 있는 지하철 역. 귀여운 일러스트


Bolhão

4000-124 Porto





두 번 째 아시안 마켓 방문. 오늘 저녁에 호스트 가족이랑 식사를 하기로 했고, 나는 떡볶이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것 저것 재료를 담았더니 16유로가 나왔다. 유럽에서 먹는 2프로 부족한 2만원 짜리 떡볶이라니.


Supermercado Chen

Praça da República 103, 4050-122 Porto




5. 호스트 가족과의 저녁 식사



이런 정도의 대접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호스트가 준비해준 포르투갈 방식의 저녁 식사. 그리고 지금 묵고 있는 한국인 게스트들이 준비한 삼겹살 떡볶이. 치즈, 올리브, 찜닭이랑 맛난 디저트, 포트와인이랑 그린와인까지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너무 신나게 떠들면서 먹느라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다. 오늘 저녁 식사를 위해서 아침부터 열심히 준비하시는 것도 봤고, 아마 이거 다 돈으로 따지면 내가 낸 3일 숙박비 이상은 될 것 같다. 


호스트분이 남편과 사별한 이후로 우울증을 겪었는데, 담당 의사가 에어비앤비를 권해줬다고 한다. 실제로 호스트도 증상이 개선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집에 항상 상주하고 계시는 호스트의 어머니 아버지도 매 번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걸 너무 재밌어하신다고 한다.


그래서 호스트는 우리집이 하나의 세계같다는 얘길 했다. 실제로 웬만한 나라의 사람들은 다 한 번씩 이 집을 거쳐갔고, 이 집에서 정말 다양한 삶의 모양을 목격했다고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욕조를 쓰지 않는 이스라엘 게스트와 조그만 핸드 타월로 매번 샤워를 대신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음식도, 사람도, 분위기도. 모든게 사랑스러움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airbnb 한국 담당자님 보고 있나요. 이 호스트한테 상 줘야해요 정말로.


저녁 먹던 중에 포르투갈어 발음 좋다는 칭찬을 받았다. 포르투갈에서 포르투갈말을 쓰면 조금 더 여행이 재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리고 나를 너무 잘 챙겨주시는 호스트 할머니 할아버지랑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에서 조금씩 공부를 했다. 2주가 조금 넘은 이 시점에서 여전히 눈치로 많은 부분들을 이해하고 있지만 조금씩 단어가 들리고 그걸 바탕으로 무슨 말인지 유추해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여행 중에 쓰는 영어가 어느정도 정해져있는 편인데, 그대로 포르투갈어에 적용하면 될 것 같았다. 당장 내 의사표현에 필요한 단어들을 한 방에 찾아서 머릿 속에 저장시켰다. 그리고 저장해놓은 단어들로 의사 전달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항상 확인하고 직접 발음해보려는 노력을 했다. 그래서 호스트가 나한테 언어를 빠르게 배우는 intelligent한 사람이라고 칭찬해줬다!


그 나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언어 공부를 시작하면 실력이 훨씬 더 빨리 늘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사실 어떤 것이던지 간에 애정을 갖고 공부를 시작하면 금방 늘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지.




6. 어떤 술집



새벽 세 시까지 같이 저녁 먹은 게스트 친구들이랑 시간을 보냈다. 친절한 편이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자리가 살짝 불편했다. 아주 매우 신나게 좋을 정도까진 아니었음.


TerraPlana Café

Av. de Rodrigues de Freitas 287, 4000-421 Porto



48,400원 지출
이전 17화 PORTO. 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