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처럼 허무한 일이 있을까. 쓸고 나면 쌓이는 먼지, 빨아도 금새 생기는 빨래감, 먹고 나면 한 무더기로 나오는 설거지거리들.
끊임없이 반복되는 집안일은 시지프스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언덕 위로 돌을 굴리는 형벌을 받지만 돌은 계속해서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그래서 시지프스의 형벌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시지프스의 지옥을 상상한 사람도 아마 집안일에서 모티프를 얻었음에 틀림없다.
아기를 보다보면 집안일의 헛헛함은 더 배가 된다. 하루종일 쓸고 닦아도 뒤돌아서면 서랍 속 물건들이 나뒹굴고 바닥에는 음식 부스러기 투성이다.
매일 그런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아무 보람도 느껴지지 않고, 어쩌면 시지프스의 지옥에 내가 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장님이 갑자기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일 지겹고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회장님은 하루하루 자라고 있었던 거다. 우리에게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