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청색줄무늬나방애벌레
움실거리던 애벌레가 갉아먹어
줄기뿐인 좀깨잎
숭숭 뚫린 오후를 때우고 있다
나뭇잎을 다 취하고 나서야
번데기로 자랄 수 있는 것처럼
나는 늘 허겁지겁 허기를
먹고 또 먹었다
몸이라는 고치 안에서
나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닥치는 대로 달랬다
그러나 아직도 다스리지 못한 것들,
돌아보면 모두 허기가 되어 있었다
그 자리에
휘청거리는 그림자만 남았다
비워도 비워도 면하지 못하는 건
나 또한 나를 한 시절 나야하기 때문이다
*퇴근하는 길에 좀깨잎나무에 매달린 암청색줄무늬나방애벌레를 만났다.
며칠 후 잎은 다 갉아먹어 잎줄기만 남아있었다.
얼마나 먹고 또 먹어야 배가 부를까.
허기를 채우려고 섭식장애가 되어버린 것 같은 나와 닮았다.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고 나방이 되겠지만 나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