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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May 01. 2022

허기

 암청색줄무늬나방애벌레

허기



움실거리던 애벌레가 갉아먹어

줄기뿐인 좀깨잎

숭숭 뚫린 오후를 때우고 있다

    

나뭇잎을 다 취하고 나서야

번데기로 자랄 수 있는 것처럼

나는 늘 허겁지겁 허기를

먹고 또 먹었다     


몸이라는 고치 안에서

나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닥치는 대로 달랬다     


그러나 아직도 다스리지 못한 것들,

돌아보면 모두 허기가 되어 있었다  

   

그 자리에

휘청거리는 그림자만 남았다     


비워도 비워도 면하지 못하는 건

나 또한 나를 한 시절 나야하기 때문이다    



*퇴근하는 길에 좀깨잎나무에 매달린 암청색줄무늬나방애벌레를 만났다.

 며칠 후 잎은 다 갉아먹어 잎줄기만 남아있었다.

 얼마나 먹고 또 먹어야 배가 부를까.

 허기를 채우려고 섭식장애가 되어버린  같은 나와 닮았다.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고 나방이 되겠지만 나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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