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약국 문을 드나든다
막 들어선 노인이 젖은 등을 추스린다
그만 짚고 있던 지팡이를 놓쳤다
순간, 구부러진 허리를 더 구부리며
바닥에서 주워주는 건너편 노인,
손잡이의 온기도 안부다
약국을 나서는 노인들,
저마다 푸짐한 약봉지가 들려 있다
일용할 한 달이 아낌없이 바스락거린다
약사가 집어준 박카스 한 병 마시고
덤으로 준 또 한 병을 마저 마시면
원기회복과 기력보충도 공짜가 될까
매달 같은 시간대 조우하는 눈빛들,
건네는 눈인사도 모두 공짜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지만
머리카락과 허리와 무릎과 다리가
오누이처럼 닮아 있다
다시 만날 기약을 해주는 처방전,
약사가 이름을 부르면
약봉지 속 알약처럼
옹기종기 늘어선 고개가 갸웃거린다
*스토리코스모스 신인공모전 당선작 4 (202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