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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L BOM Nov 07. 2024

[백수 7일 차] 나만의 루틴 만들기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11년 차의 퇴사 후 기록 (2)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 토, 일을 제외하고(일할 때도 일주일에 2번은 쉬어줬었으니깐) 월요일부터 시작된 나의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 (프로젝트라는 말이 뭔가 너무 거창한 듯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가장 메인이 되는 활동이므로 프로젝트라 명명하겠다.)  


일단 눈을 뜨자마자 양치를 하기 위해 곧바로 화장실로 향하고, 집의 모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 뒤, 일부 창만 열어놓은 상태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할 만한 스트레칭을 유튜브에서 찾아 따라 한다. 잠을 깨우기 위한 노력이랄까. 마치고 나면 그래도 몸이 좀 풀리면서 잠이 실제로 많이 깨는 듯하다. 단순히 느낌 탓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는 집안에 큼지막한 것들을 어수선하지 않게 정돈하고, 로봇청소기 가동을 시작한다. 이때 전날 미뤄둔 집안일이 있다면 그게 가장 먼저! 이쯤 되면 배에서 꼬르륵 알람이 울려온다. 일할 때부터 어느 순간 나의 아침 식사가 되어버린 일명 커우(커피 우유)를 들이켜고는 가볍게 배를 채운다. 처음 루틴을 계획할 때는 모닝 러닝을 다녀온 뒤 샤워를 하는 것으로 했지만, 날이 갑자기 추워지기도 했고 열심히 깨워둔 아침의 맑은 정신 상태를 그저 러닝으로 써버리기엔 아까운 감이 있어 그 순서를 약간 바꿨다. 그래서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책은 매일 30분씩(단지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글쓰기는 책 내용 정리와 함께 지금처럼 소소한 일상의 내용을 곁들여 꾸준하게 써보려고 하고 있다. '5년 후 나에게'라는 부제가 있는 Q&A 다이어리의 경우 구매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거의 대부분이 올해의 문답인 상태(5년 전 나, 반성하는 바이다ㅠ_ㅠ)로, 올해에는 그래도 생각날 때마다 10문항씩 답을 달았던지라 이 또한 다시 시작해서 작성 중이다. 덧붙여서 하루 30분 정도는 경제 기사를 찾아 읽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경제 관련 세상이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자 하는 취지로, 기사를 읽다 보면 잘 모르겠는 개념에 대해서는 추가로 찾아서 공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사를 읽다 보니 새로 들어가게 된 ETF 상품이 여럿인데 추가적인 여유금도 없을뿐더러 이젠 자제해야지.


이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면 슬슬 배가 정말로 고파온다. 직장에서도 점심을 먹던 시간이니깐, 간단하게 배를 채울만한 식사를 준비해 본다. 주로 샐러드와 함께 견과류를 섞은 요거트, 혹은 전날 저녁 먹고 남은 것들을 응용하여 해결해 왔는데 오늘부터는 후숙이 된 아보카도를 열심히 먹어야 할 것 같다. 식사 시간에는 TV를 잠시 보거나 휴대폰을 하면서 자유시간을 가진다.(갤럭시 워치를 활용하여 최대한 독서, 글쓰기, 경제 기사 읽기, 일기 쓰기 등의 활동을 할 때는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휴대폰 중독이 이미 되고도 남은 나로서는 쉽지 않은 노력이긴 하나, 내년에 공부를 할 때 휴대폰 때문에 방해받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습관을 바로 들여야 할 것 같아서 도전 중이다.) 먹은 것이 소화가 될 때까지는 그날만의 특별한 계획을 하나 새롭게 설정하고 수행해 보거나, 또 다른 추가 집안일을 한다. 아무래도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끊이질 않고 있는 택배 지옥 속에서 택배를 언박싱하고, 정리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활동을 무한 반복하고, 동네 주변에 상가나 공원을 탐색하고, 일시적 백수(?) 일상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살아낼 수 있을지 재정적인 면/자기 계발적인 면에서의 고민을 하며 이 시간을 활용했다. 그러다 보면 슬슬 소화가 다 되어 러닝을 해도 무리가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틀은 집 가까이 있는 작은 공원을, 어제는 트랙이 있는 좀 멀리 위치한 공원엘 다녀왔다. 갤럭시 워치를 착용하고 달리는 건 처음인지라 달리면서의 심박수를 새로이 알게 되었는데 가급적 분당 160회 언더로 맞추기 위해 속도내기는 지양하고 5km가량을 날마다 달리고 있다. (이사 전에는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10km였지만 요즘처럼 날마다 달린 것도 아니고 해서 데일리 러닝, 건강을 위한 러닝으로 5km가 적당할 것 같다는 나만의 판단!) 운동을 다녀와서는 드디어(?) 샤워를 하고 운동 후 스트레칭은 꼭 하려고 한다.(어제는 택배 정리에 우선순위가 밀려 건너뛰었더니 아침에 몸이 너무 많이 뻐근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스트레칭 효과란! 어마어마하다.) 이후로는 하루 중 메인 식사인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식사 준비하고, 밥 먹고, 정리하고 하면 어느새 저녁시간. 루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 1월에 신청하고는 하루? 공부하고 처박아둔 뉴스프레소를 다시 시작했다. 그간 미뤄왔던 만큼 더 많이 어렵게 느껴지는 영어와의 씨름을 1시간 반 가량 하다 보면 어느덧 잠이 몰려온다. 그럼 가급적 자정 전으로는 잠에 드려고 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 그대로 백수이고, 다른 약속이 없을 때에나 할 수 있는 하루를 꽉 채운 루틴이긴 하지만, 24시간이 온전히 나에게 주어지는 날이라면 이 루틴, 나쁘지 않다. (지난주부터 가려고 했던 커뮤니티 센터 내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를 이용하는 루틴은 매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금요일 남편과 함께 방문하여 시작해 보는 것으로!) 사실 오늘은 전일 건너뛰었던 운동 후 스트레칭의 영향인지,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늦게 도착한 택배를 정리하며 힘을 빼서인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매우 매우 어려웠는데, 그러다 보니 조금씩 시간이 밀려서 루틴이 흘러가고 있다. 어디까지나 나와의 약속이고, 온전히 나의 것으로 하루를 만들기 위함이니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


우리 집, 내 공간에서 좋아하는 포인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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