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서 이어짐)
나를 구해준 친구를 놓고 나는 시티로 가겠다며 그녀를 떠나 혼자서 이사를 했는데, 그건 어떤 죄책감으로 남아 마음에서 잘 지워지지 않았다.
친구를 언니네 집으로 초대해 모두 함께 만난 날, 친구는 떡볶이를 만들었다. 재료까지 미리 다 구해서 먼길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는데 예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한참 떡볶이에 집중하던 친구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그녀의 불안한 기운이 내게도 전달됐다. 맛이 어딘가 조금 부족한 거 같다며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조바심 내는 그녀를 보며 덩달아 나도 불안해졌다. 내 친구가 꼭 근사한 떡볶이를 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내게도 있었다. 언니네 부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뭐가 부족하지 하며 우리는 열심히 재료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고추장도 더 넣고 설탕도 더 넣고. 그냥 양념이 떡에 덜 벤 게 원인이니 조금 기다려 보자 라고 말할 성숙함이 우리에겐 없었다.
나는 급기야 잠시 친구가 없는 틈을 타 모든 조미료들을 조금씩 떡볶이에 투하하기 시작했고, 손에 잡히는 대로 넣다가 들어간 것에 참기름도 있음을 알아차렸다. 응? 참기름? 참기름도 떡볶이에 넣는 거든가......
다시 자리로 돌아온 친구는 떡볶이의 맛을 한 번 더 보겠다 하더니 대뜸 참기름 향에 대해 말했다.
“참기름 맛이 나.”
“응? 참기름? 설마.”
“참기름 맛인데 이거. 너 혹시 참기름 넣었어?”
“아아니, 나 참기름 안 넣었는데? 미쳤나 봐, 누가 떡볶이에 참기름을 넣어. 뭐 다른 걸로 착각하는 거 아니야. 난 안 넣었지.”
참기름은 그냥 참기름이다. 참기름 맛이 나는 다른 어떤 건 없다.
나는 끝까지 이 사실을 감추고 싶었다. 미안해 실은 내가 그랬어 라고 말하지 못한 것은 친구에 대한 미안함도 키우는 동시에 나에 대한 실망감도 키웠다. 친구가 나를 더 추궁하지 않은 게 너무나 그녀다워 슬퍼졌다.
우리는 다 같이 떡볶이를 나눠먹었는데 친구가 만들었다는 떡볶이에선 내 범행의 어두운 맛이 났다. 알 수 없는 공기가 흘러 다녔다. 나만 느낄 수 있는 공기가.
착한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을 8년이나 안고 살아가리라고는 그때는 예상치 못했다.
현재 나는 예전만큼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떡볶이만 보면 친구 생각이 나고 이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고, 언제 이걸 사실대로 말하지 기운이 쪽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 본 작가 글이 좋았다는 것을 핑계로 이렇게 나의 범행을, 떡볶이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떡볶이를 기쁘고 맛있게 먹고 싶다.
끝.
(친구는 내 책을 받은 날 긴 글을 써서 보내줬는데 근래 받은 어떤 선물보다 감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