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의 진실(상)

by 피츠로이 Fitzroy


어제 읽은 글의 저자는 떡에 양념이 배면서 처음보다 더 맛있어지는 떡볶이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와 좋은 비유네, 생각하며 나는 떡볶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항상 1등에 올렸던 떡볶이가, 어째서 갑자기 미안한 마음으로 먹게 되는 음식이 되어버렸는지. 그러니까 나는 떡볶이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나는 떡볶이를 좋아하면서 떡볶이를 잘 만드는 사람이었다. 과거형이다. 지금은 부엌에 선 내가 낯설고 설탕이 어딨는지 잘 찾지 못한다. 내가 떡볶이를 만들면 가장 맛있어하는 사람은 나였고, 그다음으로 맛있어 해준 사람은 혜은 언니네 부부였다.
혜은 언니는 멜버른에서 만났다. 언니는 나를 처음 본 날 집에 데리고 가서 밥을 해줬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따뜻한 밥이었다. 그리고 나는 언니에게 당분간 이 집에서 재워줄 수 있냐 물었다. 집에 싫은 사람이 있어서 들어가기 싫다고 했는데 그건 누가 들어도 이상한 이유였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남자 친구와 같이 살기로 하고 집을 빌렸는데 남자는 짐을 꾸려 집에 들어왔지만 나는 그 남자가 좋은 것 같지 않았다. 실수인 걸 깨달았다. 그 집에 잠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 반쯤의 지분이 있는 내 분량의 집과 내 짐 모두를 빼앗긴 채 언니네서 살았다. 언니의 옷을 빌려 입으며 일을 하러 다녔다. 여기까지 와서도 왜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사는가 슬퍼지는 기분을 언니네 부부가 잊게 해 줬다. 같이 있으면 웃음이 나고 가족 같았다.
그때 내가 언니네 부부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는 떡볶이였다. 받는 거에 비하면 나의 떡볶이는 너무 보잘것없지만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며. 완성된 떡볶이를 식탁에 올리면 살짝 긴장이 됐다. 처음으로 내 떡볶이의 맛을 본 언니네 부부는 세상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떡볶이를 멜버른 여기까지 와서 이제야 먹어보네,라고 말했다. 그 어떤 칭찬을 들었을 때 보다 행복했다. 와아, 나도 이제부터 해줄 게 생겼어.

언니네 부부에게 친구를 소개해줬다. 내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난생처음으로 호주 땅에 내려, 멜버른이란 도시에서, 서든 크로스 스테이션이라는 지하철역 앞에서, 길을 헤매며 곧 미아인지 고아인지 뭔가가 되려는 그 찰나에, 딱 나를 마중 온 사람이다. 햄버거 가게가 앞에 있는데 사 먹지 못하고, 바람이 쌩쌩 부는데 소매 없는 나시티를 입고 있었던 게 나였다. 친구가 그런 나를 구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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