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듣고 있고 모든 관심이 내게 쏠리면 틀리려고 해도 틀려지질 않아. 늘 내가 꿈꾸던 사람이 되어있거든. 아무것도 두려운 게 없어.”
이것은 프레디 머큐리의 말이다. 이 대답은 나도 놀랐지만 이슬아 작가님도 놀랐다고 했다. 작가님도 나처럼 정확히 반대라고 생각했단다.
요즘, 아침 출근 전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은, 메일로 날아오는 ‘일간 이슬아’를 보는 것이다. 오늘은 저 내용을 캡처해서 따로 저장해 두었다. 요새 ‘일간 이슬아’만큼 즐거운 게 없다.
이십 대 때 썼던 글에서도 알 수 있지만 내겐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나는 지금 이토록 평범하지만, 내 안엔 특출난 연기력이 특출난 음악력이 특출난 표현력이 있어 언젠간 그게 드러나고 모두에게 주목받고 마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주욱 해왔다. 정말 그런 게 내재되어 있는 건지는 검증받지 못했다. 다만 특유의 소심함 덩어리 그 자체였던 학창 시절에 발레부에 관심을 두기도 하고, 연극부의 오디션을 보고 짧게나마 트레이닝을 받았던 것들이 내가 남 앞에서 무언가를 하고 시선을 끄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 같다.
지금껏 무대에 서 본 것이라고는 작년 두 번의 (한 번은 작고 한 번은 컸던) 훌라 공연이 전부고 내가 가장 떨렸던 무대는 선배들이 지켜보고 있던 연극부를 뽑는 오디션의 무대였다. 관객은 선배 7명이었는데 7천 명이 보는 것처럼 떨었다. 그리고 무대를 내려오며 나는 울었다. 어떤 의미의 울음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는 눈물이 흘렀다.
평범하고 조용하게 매일의 일과를 묵묵히 해나가고 있던 나에게 불현듯 주목받고 싶은 욕구의 불씨를 당긴 건 최근 알게 된 새소년 밴드를 통해서다. 그들의 무대가,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는 그녀의 퍼포먼스가 뭔가 질투가 날만큼의 굉장한 능력으로 보였다. 그리고 금세 한 명의 팬이 되어 차례대로 무대를 서칭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입을 헤 벌리고 너튜브에 빠져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의 평범함까지 시선에 들어왔다.
흠, 너도 더 멋있어질 수 있잖아. 너도 남들이 주목할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잖아. 너도 저들처럼 푹 빠져서 열심히 하고 싶은 게 있잖아. 어쩐지 가슴이 간질거리는 그런 감정이 인다.
나는 아직도 나에 대해 잘 모르겠다.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서른 살이 넘으면 인생은 이렇고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되는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헤맨다. 쉽게 방황하고 아득함에 우울해진다.
그렇지만 이렇게 또 기폭제를 만나는 것이다. 더 나은 내가 보고 싶어서 열심히 살고, 내 안에 어떤 잠재력이 숨어 있는지 꼼꼼히 본다. 꿈도 하고 싶었던 것도 너무 많았던 스무 살 때처럼 음악을 듣고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머리 모양을 만지고 옷을 골라 입는다.
그리고 언젠가 큰 무대에 서있는 나를 그린다. 거기는 진짜 무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모든 주목이 내게 쏠려 있는데 나는 절대 실수하지 않고 멋지게 해내는 상상을 하루 종일 한다. 손목의 맥이 빨리 뛰는 그런 행복한 상상을 서른여덟 살, 인생의 반을 보낸 이 시점에서 하고 있다.
바보 같지만 행복하고,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