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사회생활을 한참 먼저 시작한 나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회사를 다녔다.
어느 날은 5성급 호텔에서 한 번 묵어보고 싶었다며 예약을 하고, 호텔에 딸린 바에서 혼자 술 마시고 있다고 나에게 연락을 해 왔다. 이야, 뭐야 잘 나가네, 멋있고 기특했다.
작년 동생 회사가 많이 어려워졌다. 월급을 3개월째 받지 못할 때 까지도 동생은 내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동생의 전화를 받았는데 돈을 좀 빌려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녀석에게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동생은 일이 있을 때만 가끔 내게 전화를 하는데, 일이 없으면 아빠한테는 일 년에 한 번도 전화 안 하고 살 수 있는 녀석이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에 뜨는 녀석의 이름과 벨소리를 보고 들으면 이유 없이 불안해진다.
결국 6개월간 동생은 월급을 한 번도 받지 못했고, 그 사이 직원들이 빠져나가며 회사는 반에 반토막이 났으며, 동생의 얼굴도 반쪽이 되어 가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라고 달래도 보고 화도 내 보고 별 짓 다해봤지만 오픈 멤버로서 임원진들과의 알 수 없는 의리에 사로잡혀 좀 만 더 참아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속이 부글거렸다.
녀석이 사는 방이동의 차돌박이 집에서 동생을 먹였다. 제일 비싼 고기를 시켰다. 보험 들었던 게 장기 연체로 해지될 거 같다고 말했다. 출근해서 점심시간엔 삼각김밥을 먹는다 했다. 고기를 일 인분 더 시키는데 목이 멨다. 헤어지면서 동생 손에 5만 원짜리를 쥐어줬다.
“내일 점심엔 이걸로 밥 사 먹어.”
동생은 아니라고 괜찮다고 손을 자꾸 밀어낸다. 내가 돈을 그냥 주면 동생이 마음 아파할 걸 알았지만 그땐 내 마음이 더 아팠다.
“니가 끔찍이 아끼는 니 직원들 점심 사 먹여.”
부하 직원들에겐 월급 나올 때까지 회사 나오지 말라고, 자기가 책임진다 했다는 바보다. 지금 멋있는 척할 땐가.
동생은 아직도 그 회사에 다니고 있고, 회사는 여러 변화를 거치며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밀렸던 월급도 같이 받고 있어서 이제 얼마 있으면 못 받았던 것을 다 받을 수 있다고 지난달 말했었다.
동생이 가장 말랐을 때는 대학 졸업 후 취직 준비하며 아빠와 아줌마와 셋이 살 때고, 두 번째 말랐을 때는 나와 차돌박이를 먹었을 때다.
2주 전 엄마 제사 때 본 동생은 내 차에 기름을 만땅 채워줬고, 어제 연락 온 동생은 내게 생일 선물 뭐 갖고 싶은지 말해 보라고 했다.
나는, 아무튼, 동생이 돈 많을 때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