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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Mar 25. 2019

모든 이직러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북런치 #15] 약간의 거리를 둔다

이직을 한지

두 달이 되어간다.

(응? 겨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원래 이직하면 그렇다고들 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높게 잡는 개인적 성격까지 더해지면서 부끄럽게도 나에겐 여유가 없어졌다. 그리고, 예상대로 몸과 마음에 뭔가 잘 못 되었다는 신호가 왔다.


그래, 살아가다 보면 약간의 거리를 둬야 할 때가 있다. 아들아.


지난 설 연휴 동안 읽어보겠노라 챙겨간 이 책의 제목을 보신 아버지의 말씀. 정작 그때는 한 페이지도 못 읽고 싸들고 간 회사 숙제만 하다 돌아왔지만, 이제 이 책을 읽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이직 2개월 차, 약간의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보통 신입이 아닌 경력직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 당장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무언의 압박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면 업무와 사람들의 시선에 속박되고, 심지어는 나다움을 잃어버리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달리던 나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약간의 거리를 두라고, 그리고 나만의 페이스를 회복하라고 말을 건네는 듯했다. 아, 단순히 힐링이나 위로의 개념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삶을 살아가는 지혜에 대한 내용이라 하겠다. 때로는 지혜의 말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혹 나와 같은 이직러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나다움을

잃어선 안 된다.


각자 나름대로 살아갈 것을 신에게 명령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삶들은 누구 하나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훌륭하게 완결되어 빛난다. 자기 행위를 타인에게 평가받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은 버둥거릴 수밖에 없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보내고 있다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 P33


이직러들은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직은 이전의 업무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곳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의 산물이니까. 다만,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만의 바이브와 페이스를 잃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막상 이직을 하고 보면 가장 먼저 잊기 십상이다.




2

어차피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지내온 인생에서 운이 좋았던 순간과 운이 없었던 날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에 동감하게 되었다. 어차피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과 싸워온 세월들이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부와 권력과 행복이 뒤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게으르고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밑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생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인생은 좋았고, 때론 나빴을 뿐이다. - P74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다 보면, 아무리 애를 써봐도 그 결과가 우리의 기대를 보란 듯이 비껴가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이 사실이 억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여기에 지혜가 있다. '내가 노력한 만큼, 내가 계획한 대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전제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면, 어차피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일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좋은 일이 생기면 감사하고,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초연할 수 있다.




3

타인은

나를 제대로 모른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솔직히 관심 없다. 어차피 인간은 타인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니까. 그런 부조리한 평가에 시달리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마음이야말로 성숙한 인격의 증명이다. 자기 속에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 명확하게 확립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 P106


소시오패스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응당 겸손한 태도, 성실한 노력 그리고, 진실된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맺어가야 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나에 대한 평가는 실제 나의 의도와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따라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다하되, 결과로 주어지는 타인의 평가로부터는 휘둘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4

약간의 

거리가 필요하다.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 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 P121


당신이 이직러라면 성과를 내고 인정받으려는 것, 조직에서 빠르게 입지를 구축하려는 것,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등 여러 목표들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경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 때로는 상처를 받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를 적절히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거리를 둔다는 말은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집착을 버릴 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책의 저자 소노 아야코는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유치원 때부터 대학까지 미션스쿨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전반에 걸쳐 인간의 존재적 한계와 연약함을 직시하는 삶의 태도가 잘 드러나있었다. 어차피 삶이 내 생각만큼 완벽할 수는 없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굉장히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속에서 걷듯이


다 읽고 나니, 책 표지의 일러스트가 이해된다. 물속에서 걸으려고 보면 물의 저항 때문에 내 생각만큼 빠르게 걸을 수 없다. 답답하다는 생각에 더 빠르게 걸으려다 보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더 큰 저항을 겪게 된다. 하지만, 마음을 편히 먹고 물의 흐름을 타듯 사뿐사뿐 & 둥실둥실 걸음을 옮긴다면, 물 밖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가볍고 경쾌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건 그런 의미 아닐까? 


이 글을 읽은 이직러들이 있다면, 오늘은 사무실에서 엄청 의식적으로 천천히 걸어보길 바란다. 마치 물속에서 걷는 듯이. 저항을 이기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흐름을 타겠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마치 내가 가진 모든 목표, 그리고 신경 쓰고 있었던 타인의 평가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겠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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